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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히어로가 싸우는 괴물은 ‘사회 부조리’

한국형 히어로물 주인공들은 초능력을 감추고 있다가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위기에 처하면 행동에 나선다. 지구 또는 도시를 지키기 위한 사명감에 불타는 여타 수퍼히어로들과 다른 점이다. 영화 ‘하이파이브’. [사진 NEW]
평범한 소시민들. 게다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초능력자가 된 것도 아니다. 지구를 지킨다는 사명감에 짓눌리지도 않는다. 자신과 주변 사람을 위협하는 현실 속 빌런과 맞서 싸울 뿐이다.

초인적 능력과 존재감을 과시하는 할리우드 수퍼히어로와는 다른, 한국형 히어로물 주인공들의 특징이다. 152만 관객(17일 현재)을 모으며 흥행 중인 영화 ‘하이파이브’의 주인공들이 대표적. 2023년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 2018년 개봉한 영화 ‘염력’ 속 초능력자들도 비슷하다. 외톨이 여고생 완서(이재인), 백수 시나리오 작가 지성(안재홍), 우울증 환자였던 요구르트 판매원 선녀(라미란) 등 ‘하이파이브’에 등장하는 5명의 주인공은 각자 내면의 아픔과 결핍을 지니고 있다. 우연히 초인의 장기를 기증 받아 초능력자가 되지만, 막상 그 능력을 어디에 써야 할 지 모른다. 힘을 합쳐 사이비 교주 영춘(신구)에 맞서지만, 어디까지나 방어의 개념이다. 자신 또한 장기 이식으로 초능력을 갖게 된 영춘이 신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이들의 장기를 빼앗으려 하기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 ‘무빙’. [사진 디즈니플러스]
전형적인 영웅 서사와는 거리가 먼 이들에게 초능력은 ‘힘’이 아닌 ‘짐’이다. 드러내지 말고 살아야 할 무거운 숙명 같은 것이다. ‘무빙’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정보기관에 ‘징발’당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유전된 능력을 지닌 자녀들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치킨집,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숨어 산다. ‘하이파이브’ 주인공들도, 영화 ‘염력’의 은행 경비원 석헌(류승룡)도 남 다른 능력을 감추며 살아간다.

이들이 ‘은둔형’ 초능력자가 되는 건,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튀어서 좋을 것 없다는 뿌리 깊은 사회적 인식 탓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형 히어로물에는 한국적 정서 뿐 아니라, 국가권력에 의해 서민이 핍박받았던 상처가 기저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영화 ‘염력’. [사진 NEW]
한국형 히어로들이 맞서 싸우는 대상도 외계인이나 수퍼 빌런이 아닌, 약자를 착취하는 현실 속 빌런들이다. 소시민 초능력자들이 현실 빌런과 맞서기 때문에 극에는 사회 부조리가 녹아든다. ‘하이파이브’는 초능력자들이 사고 노동자를 구출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산업 재해가 만연한 현실을 들춘다. ‘무빙’은 다양한 에피소드에 노점상 강제 철거, 학교 폭력 등 불편한 사회 현실을 새겨 넣었다.

박혜은 영화평론가는 “한국형 히어로물에선 초능력자들이 폭력과 부조리 등 사회적 안전망이 지켜주지 못하는 문제에 맞서 싸운다”며 “사회파 오락 장르라는 점이 기존 수퍼히어로물과의 차별점”이라고 분석했다.

가족애와 사랑을 서사의 동력으로 삼는 것도 한국형 히어로물의 특징이다. ‘무빙’의 초능력자들과 ‘염력’의 석헌은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다. ‘하이파이브’의 완서에게 초능력보다 더 소중한 건, 아버지와 새로 얻게 된 비범한 친구들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한국형 히어로물의 주인공들은 각자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가족과 친구를 위해 행동에 나서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정현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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