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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처럼, 나비처럼…음악은 마법”

한국을 떠나 유럽에서 유학하고 노르웨이에서 음악가로 성장해 한국을 빛내는 연주자 정순미씨. 지난달 25일 노르웨이의 1급 훈장과 기사 작위를 받았다. [사진 정순미씨]
1927년 오슬로에 문을 연 바랏 듀(Barratt-Due) 음악원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 교육 기관이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빌데 프랑, 트럼펫 연주자 티네 팅 헬세스가 대표적 졸업생이다. 바이올린·비올라 연주자인 정순미(73)는 1985년부터 이 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히 학생으로 이뤄진 주니어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이끌면서 음악학도들이 서로 들으며 연주하는 앙상블의 힘을 키워주고 있다. 노르웨이의 현대 작곡가들과 협업하며 새로운 음악 작품도 탄생시켰다. 노르웨이 왕실은 정순미의 공로를 인정해 지난달 훈장을 수여했다. ‘성 올라프’ 훈장 중에서도 1등급으로, 기사 작위도 함께 부여됐다. 한국계로는 처음이다.

그는 1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영광스럽고 감동적”이라며 “40년 넘게 노르웨이에서 음악 활동을 했지만 예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훈장 수여식에 대해선 “잊을 수 없을 순간”이라고 했다.

그는 18세에 한국을 떠나 파리 국립 음악원에 입학했다. 그는 “유학 기회가 왔을 때 두려웠지만 강한 소명을 느꼈다”며 “성장하기 위해 전통과 교육이 살아있는 곳으로 가야했다”고 말했다.

정순미는 파리에 이어 스위스의 그슈타트 메뉴힌 아카데미에서 공부했고, 남편 스테판 바랏 듀(바이올리니스트)를 만났다. 두 연주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하고 결혼해 노르웨이에 정착했다. 노르웨이에서 정순미는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모두 연주하는 보기 드문 음악가로 활동하며 명성을 쌓았다. 1981년 노르웨이 방송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1983~84년에는 같은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으로 악장을 맡아 연주했다. 비올라 섹션의 책임자에서 오케스트라 단원 전체 악장으로 악기를 바꿔서 임명된 희귀한 사례다. 그는 “아마도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남편인 스테판 바랏 듀는 아버지가 작고한 1985년 음악원의 교장 및 예술 감독을 맡게 됐다. 그는 음악원 설립자 부부의 손자다. 정순미도 함께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 “학생들 사이에 강한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주니어 오케스트라를 새로 만든 까닭이다. 지금까지 이 오케스트라에 400여명이 거쳐 갔고 유럽의 많은 오케스트라, 실내악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순미는 “2027년에 음악원 100주년을 맞아 노르웨이 전역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순미가 중요하게 여기는 또 하나의 활동은 현대 작곡가와의 협업이다. 그는 작곡가와 함께 작업하며 새로운 작품을 연주하는 일에 비중을 둔다. 아른 노른하임, 올라프 안톤 톰메센 같은 노르웨이 작곡가들이 정순미를 위한 비올라 협주곡을 작곡했다.

정순미는 이번 훈장뿐 아니라 오슬로시 문화상, 안데르스 야레스 문화상, 예술위원회 명예상 등 노르웨이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그는 “노르웨이의 음악은 자연 풍경을 담고 있는 듯하다”며 “넓은 공간감, 시적인 단순함이 특징”이라고 했다.

그는 음악 철학에 대해 묻자 훈장 수여식의 수상 소감으로 답을 대신했다. “돌아보면 제 삶은 동화와 같은 여정이었습니다. 음악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우리 모두의 언어입니다. 마법 같은 순간들을 목격했습니다. 용처럼 날아올랐고, 나비처럼 우아했습니다.”





김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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