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인천공항 5단계 확장과 가덕도·TK신공항 ‘함수’…이참에 정리를

국제 여객만 따져보면 인천공항이 1억4971만명으로 81%를 차지한다. 그런데 인천공항에다 김포·청주공항 등 다른 공항의 국제 여객을 다 합쳐도 1억6100만 명밖에 안 된다. 약 2400만 명이 모자란다. 신공항을 추진 중인 부산과 대구의 예측치가 빠진 탓이다. 김해공항 대신 가덕도신공항, 대구공항 대신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의 예상수요는 따로 기본계획 수립 등을 거쳐 추정됐다.
세 공항의 투자비만 총 22조
항공사 유치 등 희비 불가피
과잉투자 벗어날 재정리 절실
착공 전에 계획 냉철히 따져야
항공사 유치 등 희비 불가피
과잉투자 벗어날 재정리 절실
착공 전에 계획 냉철히 따져야
![가덕도신공항(조감도)엔 13조원이, TK신공항의 민간공항에는 2조 6000억원이 각각 투입될 예정이다. [사진 국토교통부]](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18/b6344c77-9821-494d-9d8b-8767d370d324.jpg)
화물 수요 전망도 마찬가지다. 2050년 기준으로 항공화물 수요는 총 787만t으로 추정됐지만 인천공항과 가덕도신공항, TK신공항 등 개별 공항의 예상치를 합하면 821만t으로 더 많다. 얼핏 여객과 화물의 공항별 합계가 전체 전망치보다 큰 게 별 문제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여객·화물 수요 낙관적 분석 가능성
![가덕도신공항엔 13조원이, TK신공항의 민간공항(조감도)에는 2조 6000억원이 각각 투입될 예정이다. [사진 국토교통부]](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18/9221a4b6-ec00-4863-802e-d9cd6304768c.jpg)
이렇게 복잡한 숫자 계산을 언급한 이유는 바로 인천공항 5단계 확장과 가덕도신공항, TK신공항의 얽히고설킨 ‘함수’관계 때문이다. 이들 세 공항은 국내에서 추진 중인 공항사업 가운데 투자 규모가 가장 크다. 또 어느 공항에 무게를 더 두느냐에 따라 다른 공항의 앞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년 전 공항 관련 토론회에서 홍석진 미국 노스텍사스주립대 교수는 “공항을 크게 지어도 운항하는 항공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수요와 수익 등을 따져보면 인천공항과 가덕도신공항, TK신공항 모두에서 장거리 운항에 나설 국내외 항공사가 몇이나 있겠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 공항의 함수 관계를 정확하게 꼬집은 얘기다.
제3 여객터미널과 제5 활주로(3400m) 건설을 골자로 하는 인천공항 5단계 사업은 사업비만 6조원이다. 활주로 1개짜리 가덕도신공항에는 13조원이 투입되고, 군 공항 옆에 만들어지는 TK신공항(민간공항)엔 2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거의 22조원 규모다.
하지만 외국 항공사는 물론이고 국적 항공사들도 수요 등을 볼 때 이들 공항에 모두 장거리 항공편을 띄우긴 쉽지 않다는 게 항공업계 및 학계의 관측이다. 이렇게 보면 무안·양양공항처럼 막대한 투자만 하고, 비행편은 별로 없는 한산한 공항이 또 등장할 공산도 있다.
“전체 항공수요 정확한 추정부터 해야”
![인천공항은 제5 활주로와 제3 터미널 건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5단계 확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인천공항공사]](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18/8d81db71-f8cf-48b2-b933-57ec10717d0e.jpg)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대한교통학회장)는 “지금 상황은 마치 각 도시의 계획인구를 합하면 1억명이 넘어가는 것과 유사하다”며 “전체 항공수요를 먼저 추정한 뒤 급변하는 국내외 사회경제 상황과 전망을 바탕으로 큰 틀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용진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도 “개별공항에 대한 타당성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 공항의 여객 및 물동량을 연계해서 정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정우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 1팀장은 “정부에서 2개 또는 3개의 중심 공항 체제로 가기로 결정했다면 그 전에 결정된 투자계획은 전면 재검토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5단계를 보류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도 “인천공항은 인구감소 등을 고려할 때 항공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할 거라는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고, 우선은 보수적인 접근을 통해 투자를 미루고 기존 시설의 활용도를 더 높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연명 한서대 항공부총장은 “공항산업에서 최대 경쟁상대는 중국과 일본이고, 우리의 대표 선수는 인천공항”이라며 “경쟁에서 이기려면 적기에 투자해야 하고, 가덕도신공항 등의 수요를 채워주기 위해 인천공항의 앞길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현재 수립 중인 ‘제4차 항공정책 기본계획’(9월 말 예정)과 ‘제7차 공항개발종합계획’(11월 말 예정)에서 항공산업과 수요 전망, 이와 관련한 노선 정책과 지역발전 효과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진혁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항공 전 분야의 최상위 계획인 제4차 항공정책기본계획에서 논란이 되는 공항 개발계획이 총체적으로 다뤄져 공항 산업의 미래를 제대로 결정지었으면 한다”며 “어쩌면 공항 계획을 올바르게 재정리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은 일단 짓거나 확장하면 되돌릴 수 없기에 그만큼 냉철한 정책 판단이 절실하다.
강갑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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