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외교수장, 이스라엘·이란에 美 직접 개입 “반대…더 큰 분쟁 발생”

칼라스 고위대표는 이날 EU 외교장관 화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미국이 개입할 경우 중동 전역이 더 큰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며 “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전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에서도 중동 사태를 논의했다며 “루비오 장관 역시 이 분쟁에 휘말릴 생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해결하는 최선책은 외교적 해법이며 유럽은 필요한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화상회의에서도 EU 회원국 모두가 긴장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재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는 “진정한 평화 의지가 없다면 중재는 불가능하다”며 일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5일 ABC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현재 진행 중인 분쟁에 우리(미국)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또 전날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단축하고 조기 귀국하면서 ‘휴전’이 아닌 이란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방식의 ‘진정한 종식’(a real end)을 원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EU 내에서는 통일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나다에서 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7일 ZDF·ARD방송과 벨트TV 등 독일 매체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과 정부가 (공습을) 실행할 결단을 내린 데 최대한의 존중을 표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스라엘이 우리 모두를 위해 하는 더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란 정권의 테러를 몇 달, 몇 년 더 봐야했을 것”이라며 “심지어 핵무기를 손에 넣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 정권이 몹시 약해졌고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은 끝까지 길을 갈 것”이라며 “이 정권이 종식되면 좋겠다”고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한 뒤 엑스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협상을 통한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이긴 했으나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을 두둔한 것으로 해석됐다.
반면, 이날 EU 회원국인 스페인의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외무장관은 EU 차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EU는 가자전쟁 발발 초기 회원국 각자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과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며 일관된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3월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군사작전을 확대하며 인도적 위기가 고조된 이후 27개국 중 17개국 찬성으로 EU·이스라엘 협력 협정(Israel-EU Association Agreement) 재검토에 착수했다. 협정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영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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