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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우주로 납치해 주세요"…밤마다 외출하는 수상한 11살

엘리오는 외계인이 자신을 데려가길 기다리는 열한 살 소년이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궤도 관측소에서 일하는 직업군인 ‘올가 솔리스’에겐 고민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를 잃은 조카 ‘엘리오’를 맡아 키우게 되며 생긴 문제다. 그는 오랜 꿈이었던 우주인 프로그램 지원을 포기하고, 열한 살 된 조카와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이 조그만 남자아이는, 올가는 물론 또래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은 채 자신만의 세계로 숨어들기만 한다.
궤도 관측소에서 일하는 직업군인 올가 솔리스. 부모를 잃은 엘리오와 사이좋게 지내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가장 곤란한 건, 엘리오가 밤마다 외출한다는 점이다. 직접 만든 기계로 우주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다. 조카는 ‘나를 우주로 납치해 달라’는 허황된 말을 애타게 외치며 새벽까지 옥상이나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디즈니·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엘리오’가 국내에서 18일 개봉한다. 지난해 한국에서 약 880만명의 관객을 모은 ‘인사이드 아웃 2’가 불안이라는 감정을 어루만졌다면, 이번 작품 ‘엘리오’는 주인공 엘리오의 여정을 통해 어린 시절 누구나 겪었을 ‘외로움’의 면면을 살핀다.

메가폰을 잡은 매들린 샤라피안·도미 시·아드리안 몰리나 감독은 ‘코코’(2018), ‘엘리멘탈’(2023),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 등에 참여한 픽사의 30대 감독들이다. ‘코코’(2018) 등에 참여한 메리 앨리스 드럼 프로듀서도 함께했다.
보이저 1, 2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를 포함해 55개 언어의 인사말 등 지구의 각종 정보를 담았다. 사진 NASA
엘리오는 고모나 또래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대신, 우주박물관에서 알게 된 탐사선 ‘보이저’에 마음을 빼앗긴다. 보이저 1, 2호는 1977년 미국 NASA에 의해 발사된 탐사선으로, 현재까지도 인류 역사상 가장 먼 거리를 항해 중이다. 이 속엔 ‘골든 레코드’라는 LP 디스크가 실렸다. 우주 어딘가 있을 외계 생명체에게 지구라는 행성을 알리고, 인류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다.

당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 우주를 통틀어 한 명쯤은 이 메시지를 읽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디스크의 동봉을 제안했다. ‘누군가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 알아봐 줄 것’이라는 이 전제가 엘리오의 마음을 두드렸다.
왼쪽부터 메리 앨리스 드럼 프로듀서, 매를린 샤라피안 감독, 도미 시 감독.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엘리오’의 제작진 매들린 샤라피안 감독과 도미 시 감독, 메리 앨리스 드럼 프로듀서는 17일 오전 9시(한국시각) 이뤄진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엘리오’는 (공동 연출자인) 아드리안 몰리나 감독의 한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지구에 살고있는 한 아이가 외계에 납치됐는데, 지구의 대표로 오해받는다면 어떨까?’ 이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제작진들은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탐구하는 프로젝트 세티(SETI)의 천문학자 질 타터 박사를 만났다. ‘엘리오’에 보이저호와 골든 레코드의 존재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게 된 이유다.
엘리오는 옥상 위에 전등을 켜 놓고 하늘을 계속해서 바라본다. 외계인에게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진 디즈니, 픽사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하루아침에 자식도 아닌 조카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고모의 모습을 보며 엘리오는 자신의 존재가 짐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에 고모와 또래 모두 자신만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우주라는 관심사를 공감해 줄 사람도 이 행성에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주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과, 언젠가 진심으로 연결될 사람이 생길 거란 믿음. 엘리오의 또래인 청소년은 물론, 성인도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다.

감독들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이 이야길 꺼냈다. 도미 시 감독은 “세 감독은 모두 어린 시절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며 “토론토에서 지낼 당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유일한 학생이었고, 언제쯤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바랐다”고 말했다. 매들린 샤라피안 감독은 “대학생 때 만난 유학생 친구 중 한국 친구들이 많았다”며 “그 친구들과 함께하며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는 우정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엘리오’가 그런 다름을 뛰어넘는 우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커뮤니버스'에 도착한 엘리오는 지구를 대표하는 대사가 되기 위해 한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던 와중 만난 글로든(오른쪽)과 통역기를 써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사진 디즈니, 픽사
엘리오의 간절함은 결국 우주에 닿는다. 골든디스크를 발견한 ‘커뮤니버스’ 속 외계인들에 의해 그토록 바라던 우주에 도착한다. 각 별을 대표하는 대사(大使)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겉모습은 무섭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외계 친구 ‘글로든’도 사귄다.
엘리오가 꿈꾸던 우주세계, '커뮤니버스'. 왼쪽부터 퀘스타 대사, 액상형 슈퍼 컴퓨터이자 커뮤니버스의 안내자 '우우우', 엘리오, 헬릭스 대사, 테그멘 대사, 아우바 대사다. 사진 디즈니, 픽사
제작진은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쉬운 기하학적 모습이 아닌, 유기체의 인상을 주는 우주와 외계인을 그려냈다. 심해 생물 혹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곰팡이 등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칼 세이건의 말을 두 번 인용한다. ‘우리는 혼자인가?’ 그리고 스크린을 통해 답한다. 이 광활한 우주 속에, 당신을 이해해 줄 생명체 하나쯤은 있다고. 전체관람가. 98분.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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