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칸다하르주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
"교육·이슬람 율법에 집중"…최고지도자 명령 따른 조치에 반응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탈레반 당국이 남부 칸다하르주의 모든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20일 미국 매체 아무TV 등에 따르면 칸다하르주 교육부는 최근 성명에서 학생들이 교육과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자 관내 일반학교는 물론 종교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교사와 학생, 교직원 모두에 적용되는 이번 조치는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조치는 탈레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칸다하르주는 아쿤드자다가 2016년 최고 지도자에 오른 후 머무는 지역으로, 탈레반의 정신적 중심지이자 권력 기반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해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선 반응이 엇갈렸다.
일반학교 교사인 사이드 아흐마드는 전날 파키스탄 매체 카이버뉴스에 "오늘 학교에 아무도 휴대전화를 갖고 오지 않았다"면서 "이번 조치는 우리가 (교육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12학년인 한 학생은 이번 조치가 교육을 방해할 것이라며 "교사가 칠판에 무언가를 쓰면 나는 휴대전화를 통해 관련 내용을 파악한다.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칸다하르주의 한 공립 고등학교 교장은 아무TV에 이번 조치로 교사들은 현대적 교육 방법으로부터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조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통치 하의 교육 상황에 대한 우려가 폭넓게 제기돼온 가운데 나왔다.
탈레반이 2021년 8월 미군 철수 후 권력을 재장악한 이후 칸다하르에서만 종교 학교가 2천여곳으로 늘어난 데 반해 일반학교 교육의 질은 크게 퇴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 금지 조치는 탈레반 당국이 재집권 후 내놓은 일련의 제한조치에 이은 것이다.
앞서 탈레반은 샤리아 이행을 명분으로 여학생의 중학교 진학을 금지하는 등의 조처를 했다.
비판가들은 이번 조치 때문에 아프간 젊은이들이 세계적인 학습 및 소통 수단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고 보수적 종교 통제가 국가 전체 교육시스템을 걸쳐 더욱 고착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유창엽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