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지면에서 한국의 출산율이 지난 4월 8.7
%
상승했다는 반가운 뉴스를 접했다. 내가 중앙일보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을 때 처음 다룬 주제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였기에 출산율 기사는 더욱 의미심장했다. 당시 나는 그리스 희극 『리시스트라타』를 통해 출산을 기피하는 한국 여성들의 난제를 탐색했었다. 아테네 여성들이 섹스 파업을 벌여 전쟁을 멈추려 했던 희극 속 상황과 현대 한국 여성들의 딜레마를 비교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여성들의 심정이 달라졌을까
?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0.75로 OECD 최하위다. 정부가 아무리 막대한 재원을 쏟아부어도, 여성들의 마음을 바꾸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변하지 않았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육아와 출산을 여성의 문제로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유럽이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80~90
%
인데 반해 한국은 8
%
에 불과하다.
로마의 첫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내전으로 인한 혼란과 상류 계층 로마 시민의 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기원전 18년과 서기 9년 두 차례에 걸쳐 강력한 출산장려 법안을 제정했다. ‘율리아법(Lex Julia)’과 ‘파피아 포페아법(Lex Papia Poppaea)’은 독신자와 자녀가 없는 부부에게 불이익을 주고, 세 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에 각종 특혜를 제공했지만 출산율 상승 효과는 거의 없었다. 아우구스투스의 출산장려법은 결국 처벌과 금전적 보상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역사의 교훈으로 남았다.
한국 사회도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경제적 지원만으로 출산율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여성의 출산 시기를 조절하는 의료혜택 프로그램들을 확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것도 한 방편일 것이다. 젊은 남성에게도 프라이드를 심어줄 수 있는 국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