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가 2026년 창학 120주년을 앞두고 인공지능(AI)과 한류 기반의 교육 혁신에 나서고 있다. 1906년 대한제국 황실이 ‘여성 교육을 통한 구국’이라는 창학 이념으로 설립한 숙명여대는 이제 120년의 역사를 동력 삼아 새로운 120년을 이끌 여성 리더를 양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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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관점으로 세상 바라보는 ‘아웃씽커’ 양성
지난해 9월 취임한 문시연 총장은 정형화된 사고의 틀을 깨고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웃씽커(Outthinker)’ 양성을 내세웠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기존의 정답을 외우는 방식이 아니라 낯선 문제에 창의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대학 교육의 본질이라는 믿음에서다.
문시연 총장은 “여성 교육에 대한 인식조차 미비했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차별을 딛고 여성의 자립과 사회 참여를 이끌어온 저력은 숙명의 가장 큰 정체성이자 자산”이라며 “이제 여성의 가치가 중심이 되는 시대를 맞아 전 세계인의 관심이 한국의 여성 교육으로,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숙명여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지난 12일 개최한 창학 12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숙명의 자부심, 새로운 120년’이라는 공식 슬로건을 발표했다. 120년 전 숙명에서 시작된 여성 교육의 담대한 파동이 이제 120년을 넘어 미래를 향한 거대한 파동으로 확장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공지능(AI) 교육은 숙명여대의 미래를 선도할 핵심 전략이다. 숙명여대는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대학의 교육·연구 전반을 혁신할 핵심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AI 융합 교육과 연구의 거점으로 ‘AI 센터’를 설립했다.
숙명여대 AI 센터에서는 인문·사회, 예체능 등 비공학 계열에도 AI 기술을 자연스럽게 융합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서 AI를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다.
현재 숙명여대에선 모든 학과 학생이 소프트웨어 관련 교과목을 필수 이수하고 있다. 공학 전공자가 아니라도 기본적인 데이터 리터러시와 AI 역량은 필수적으로 갖추도록 하며, 지난 2023년엔 인공지능공학부 등 첨단학과 5곳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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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콘텐츠 활용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숙명여대는 새로운 120주년을 위한 비전 중 하나로 ‘한류 중심 글로벌 대학’을 제시했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에도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학문적 기반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판단, 한류를 매개로 기술과 인문을 융합한 맞춤형 교육과 연구를 적극적으로 구현해 나갈 계획이다.
예술과 대중문화 등 콘텐츠 전반을 아우르는 우수한 환경을 갖춘 숙명여대는 한류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의대와 이공계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제시하는 중요한 모델로 주목된다.
올해 시작된 마이크로디그리(단기 이수) 과정에서는 드라마·웹툰·뷰티 등 한류 현장에서 활약하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실무 중심 교육을 운영 중이다. 내년에는 외국인 전용 단과대학인 글로벌융합대학을 ‘한류국제대학’으로 개편해 한국의 콘텐츠와 글로벌 교육을 접목할 교육 과정을 개발할 예정이다.
숙명여대는 한류 기반의 글로벌 교류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한류에 관심이 많지만 한국 교육기관과 직접적인 연결은 적었던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가 주요 협력 대상이다. 문시연 총장은 여성 고등교육 투자를 확대 중인 중동 지역을 방문해 현지 주요 대학들과 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숙명여대는 올 여름방학에 외국인 학생이 K-팝 이론과 실무를 익히는 ‘숙명 한류 서머스쿨’을 시작한다. 기존에 운영하던 국제여름학교를 한류 중심의 새로운 콘셉트로 확장한 프로그램으로, 세계 각국의 학생들을 대규모로 초청해 한류를 직접 체험하고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이를 통해 특정 국가에 편중되지 않고 더 다양한 국가의 유학생과 함께하는 다변화된 글로벌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