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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좌우 대연정, 헌법재판관 선출 놓고 충돌

연합뉴스

2025.07.1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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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기민·기사당, 합의 깨고 진보 법학자 비토 진보 사민당 "극우 AfD 닮아가나"…출범 두달 만에 "대형 위기"
독일 좌우 대연정, 헌법재판관 선출 놓고 충돌
보수 기민·기사당, 합의 깨고 진보 법학자 비토
진보 사민당 "극우 AfD 닮아가나"…출범 두달 만에 "대형 위기"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진보·보수 대표 정당이 함께 꾸린 독일 연립정부가 출범 2개월 만에 헌법재판관 선출 문제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현실 정치에 좀처럼 관여하지 않는 대통령까지 나서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1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진보 사회민주당(SPD)의 갈등은 지난 11일 연방의회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의회는 이날 새 헌법재판관 3명을 뽑을 계획이었다. 헌법재판관 16명 가운데 8명은 연방의회, 나머지 8명은 주정부 대표들로 구성된 상원(참사원)이 정한다. 표결은 하지만 원내 정당들이 사전에 합의한 뒤 거치는 형식적 절차다.
그런데 SPD가 추천한 프라우케 브로지우스게르스도르프 후보자를 CDU·CSU 연합이 돌연 반대하면서 사달이 났다. CDU·CSU 연합은 후보자에게 논문 표절 의혹이 있다며 SPD에 추천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3명 모두 표결이 무산돼 9월로 연기됐다.
브로지우스게르스도르프 후보자는 1997년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법학자인 남편의 교수 자격 취득 논문을 베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근거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남편 논문이 3년 늦은 2000년 발행됐기 때문이다.

의혹은 오스트리아 미디어 연구자 슈테판 베버가 처음 제기했다. 그는 전에도 올라프 숄츠 전 총리(SPD)와 로베르트 하베크 전 부총리, 아날레나 베어보크 전 외무장관(이상 녹색당) 등 독일 진보 정치인의 표절 의혹을 제기해 '표절 사냥꾼'으로 불린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베버 자신도 CDU·CSU 연합의 문제 제기가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SPD 인사들은 CDU 대표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라르스 클링바일 SPD 공동대표에게 추천을 철회하지 않으면 기권해 낙마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놨다고 주장했다. 독일 언론들은 진보 성향인 브로지우스게르스도르프 후보자가 낙태죄 전면 폐지에 찬성하는 게 CDU·CSU 연합 측이 반대한 이유라고 짚었다.
SPD는 야당도 아닌 연정 파트너의 비토로 헌법재판관 선출이 무산되자 신뢰가 깨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SPD 의원은 "CDU·CSU 연합보다 좌파당이 나라 정치에 책임감을 더 많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야당인 좌파당은 CDU·CSU 연합이 극우 독일대안당(AfD)을 닮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SPD는 후보 추천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CDU·CSU 연합 일각에서는 후보자의 포츠담대 교수 자격까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갈등은 오히려 격화하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민주주의와 정부에 위기는 아니다"라며 SPD와 잘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13일 ZDF방송 인터뷰에서 "어쨌건 연정이 스스로를 해치고 있다"며 표결 절차를 조속히 다시 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5월 출범한 독일 연립정부는 좌우를 대표하는 거대 정당 둘이 구성했다고 해서 '대연정'으로 불린다. 양당 이념 차이에도 두 달 동안은 난민정책과 국방·인프라 재정 문제 등에서 비교적 잘 협력했다. ARD방송은 두 정당이 지금까지 충분히 상대 의견을 들어줬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연정이 첫 번째 대형 위기를 맞아 비틀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이 당장 연정을 깰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 여론이 별로 좋지 않아 조기총선을 치러봐야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이달 10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SPD 지지율은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인 13%까지 떨어졌다. CDU·CSU 연합은 지지율 27%로 AfD(24%)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 메르츠 총리의 정부 운영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35%, 불만이라는 응답은 59%였다. 일간 벨트는 "메르츠 총리가 '신호등' 연정 초반 숄츠 총리만큼이나 인기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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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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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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