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법원, 온라인 신성모독사건 급증하자 정부에 조사 명령
대부분 젊은이가 연루돼…"자녀들 함정에 빠졌다" 가족들 호소 수용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파키스탄 법원이 무고한 젊은이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함정에 넘어가 신성모독 사건에 연루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에 신속한 진상 조사를 명령했다.
신성모독 혐의로 제소당한 젊은이들의 가족들이 호소한 내용을 법원이 이례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16일 파키스탄 일간 돈(Dawn)과 AF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소재 고등법원은 전날 정부에 앞으로 30일 이내 신성모독에 관한 법 오용 등에 관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명령했다.
고법은 또 해당 조사위원회는 4개월 안으로 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하되 필요시 조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에서는 젊은이들이 3년 전부터 온라인 공간에서 신성모독을 했다는 이유로 잇따라 제소되는 상황이 빚어졌고, 이에 대해 피소 젊은이들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함정에 빠져 사건에 엮인 것이라고 항변해왔다.
인권단체들은 신성모독 혐의를 받은 젊은이 대다수가 민간 법률회사들에 의해 제소되고 있다면서 이들 회사는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인터넷 공간에서 신성모독 사례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무슬림이 대다수인 파키스탄에선 신성모독은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하고 휘발성 있는 범죄 혐의로 분류돼 유죄 확정시 사형에 처할 수 있다.
또 실체가 없는 신성모독 혐의라도 외부에 알려지면 즉각 대중의 분노로 이어져 해당 용의자가 물리적 폭력을 당하고 그 가족은 사회적으로 기피 대상이 된다.
지난해 10월 나온 파키스탄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신성모독 혐의로 구금돼 재판을 기다리는 피고인이 767명으로, 이들 대부분이 젊은이다.
신성모독 혐의로 구금된 젊은이 가족들의 변호인인 이맘 마자리는 AFP에 "이것(법원 명령)은 큰 희망의 빛이며 가족들의 호소가 수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반겼다.
마자리 변호인은 이어 "젊은이들이 (신성모독과 같은) 민감한 성격의 사건들에 잘못 엮여 들었다"면서 "그 오명은 이들이 나중에 무죄를 선고받더라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현지 언론에 유출된 파키스탄 펀자브주 경찰의 한 보고서에는 한 범죄조직이 금전적 이득을 위해 온라인에서 젊은이들을 함정에 빠트려 신성모독 사건 용의자로 몰아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파키스탄에서 젊은이들을 신성모독 사건으로 고발하는 데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변호사 단체의 한 간부는 작년 10월 "신이 이러한 고귀한 대의를 위해 우리들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고 AFP는 전했다.
파키스탄에선 최근 수년 동안 일부 젊은이들이 신성모독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지만 사형이 실제로 집행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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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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