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소환조사는 거부한채 16일 옥중에서 ‘부정선거론자’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미국 리버티대 교수를 접견하려다 저지당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다. 적부심 결론이 날 때까진 조사가 중단돼 윤 전 대통령으로선 특검 수사를 거부하는 최후의 카드를 꺼낸 셈이다. 전직 검찰총장이자 스스로를 ‘법치주의자’라 평가하던 윤 전 대통령이 수사 절차는 거부하고 옥중 정치 행보를 시도하면서 사법시스템을 부정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전 10시쯤 언론 브리핑에서 “어제(15일) 오후 4시13분 윤 전 대통령이 기소 전까지 가족, 변호인을 제외한 외부인과 접견하지 못하도록 접견 등 금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20분 탄 교수와 10여 분간 접견하기로 돼 있었다. 탄 교수는 ‘국제선거감시단’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며 지난달 치러진 한국의 제 21대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지난 14일 국내 보수단체 트루스포럼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입국한 탄 교수는 모 교회를 통해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접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를 변호인단이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접견이 성사됐다. 그러나 특검팀의 조치로 접견은 최종 불발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재구속된 후 11일, 14일 특검팀의 출석 조사 요구에 모두 건강상 이유를 들며 불응했다. 특검팀은 구치소 측과 소통한 결과 윤 전 대통령에게 조사를 못 받을 만큼의 건강상 이상은 없다고 판단해 14~15일 양일간 구치소 교도관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을 조사실로 강제 인치하려 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저항하면서 집행이 불발됐다.
이날은 박억수 특검보가 구치소를 직접 방문해 3차 강제 인치를 지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이 오전 10시46분쯤 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하면서 계획은 철회됐다. 윤 전 대통령 조사에 필요한 수사 관련 서류와 증거물을 법원에 제출해야 하고, 서류 등 반환받기 전까지 시간은 윤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에서 제외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 구속적부심 청구가 특검 수사에 불응하는 절차적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시각도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4시37분쯤 법원에 구속적부심사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
“전직 검찰총장이 수사 거부…이런 방식, 전파될 것”
과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도 구속 이후 조사에 불응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전직 검찰총장인 만큼 수사에 불응하면서 옥중 정치 행보를 꾀한 데 따른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특검 수사관 경력의 한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은 현재 수사받는 사람이지, 수사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특권 의식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특검보도 전날 브리핑에서 “피의자는 누구보다 형사사법 체계의 기준이 돼야 할 사람”이라며 “이 같은 대응 방식은 일반인에게도 전파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18일 오전 10시15분 형사항소9-2부(부장 류창성·정혜원·최보원) 심리로 구속적부심사를 진행한다. 변호인단은 언론 공지에서 “구속이 실체적, 절차적으로 위법·부당하다는 점을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체포·구속됐을 당시에도 체포적부심과 구속취소를 청구했다. 당시 체포적부심은 기각됐지만, 법원은 “구속기간 불산입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며 구속취소 청구는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