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공기관 관리 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기존 제도를 단순히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체계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급변하는 행정 환경에서 공공기관이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조직이 되도록 하려면 투명하고 책임 있는 운영구조를 갖춰야 한다.
그동안 공공기관 운영에서 기획재정부가 예산권과 조직통제를 중심으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해 오면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들이 협소한 내부 논의만으로 결정됐고, 현장의 목소리와 국민 의견은 구조적으로 배제됐다. 이에 따라 공공성 훼손과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키웠다.
기재부 과도한 영향력 부작용 커
공운위를 대통령실로 이관하고
공공성·투명성·책임성 강화해야
이는 단순한 행정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다. 현행 정부 거버넌스 구조 자체의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다. 공공기관은 단지 정책집행 기구가 아니라, 국가 재정을 기반으로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공적 자산이다.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총예산은 약 900조원, 자산은 1100조원을 웃돈다. 따라서 공공기관 관리 체계는 민생과 직결되는 국민의 문제다.
새 정부는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 첫 단추는 공공기관 운영 전반을 조정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현행 기재부 소속에서 국정 전반을 조율할 수 있는 대통령실 직속 기구로 이관해야 한다. 이는 기획재정부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축소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각 부처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도 공공성과 투명성,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균형 조정이다. 새로운 공운위에는 민간 공동위원장 제도, 민간위원 참여 확대, 공공기관 보수심의위원회 설치 등이 필요하다.
이렇게 개편하면 공공자원의 배분이 더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어 결국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예산이 정치적 논리나 관료의 편의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일자리·주거·복지·지역인프라 등의 분야에 전략적으로 배분된다면, 공공기관 개혁은 곧 민생 개선의 가시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중복 사업과 비효율을 제거하면 재정 건전성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거시적 효과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국민은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좋은 교통·복지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구조 개편과 함께 국회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책 설계와 집행이 특정 부처나 관료조직에 종속되지 않고, 사회 각계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제도화돼야 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의 전면 개편도 시급하다. 현행 경영평가 방식과 지표는 40년 전에 만든 체계를 답습하고 있다. 지금처럼 획일적이고 수치 중심의 평가 기준은 기관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제할 수 있다. 사회적 가치와 국민 체감도를 반영한 평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국민 중심 행정’은 공공기관 거버넌스 개혁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공공기관은 정책이 실현되는 최전선이다. 따라서 단기성과 위주의 관리가 아니라 국민 삶에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지속가능한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시행착오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효율화 주장은 오히려 공공기관의 건전성을 해쳤다. 재무 효율성을 강조했지만, 부채 총액은 오히려 709조원에서 741조원으로 늘었다. 실효도 없이 공공성만 훼손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자율적 운영의 보장)를 존중하지 않았다. 관료들은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지 않았고, 기재부가 관리하는 331개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 43만명의 목소리에도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다.
공공기관 거버넌스 개편은 단순히 행정 효율성이나 예산 통제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결국 국민 신뢰 회복과 민주주의의 실질화,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한 제도 설계의 책임성을 묻는 문제다. 공공기관 개혁을 통해 민생을 개선하고, 공공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구조적 전환의 기회다. 이재명 정부는 다음 세대를 위해 공공기관 관리 체계 전면 개혁을 이젠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