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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산불에 데였는데 괴물폭우까지…물 잠긴 요양원서 보트 타고 탈출

중앙일보

2025.07.17 00:06 2025.07.1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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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남 밀양시 무안면 한 요양원에서 입소자와 직원 56명이 소방당국의 구조보트를 타고 구조되고 있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17일 경남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하천 범람이나 산사태가 우려되는 지역 주민이 대피 중이다. 요양원에 있던 어르신 수십명이 구명보트를 타고 구조됐다. 앞서 대형산불로 곤욕을 치른 산청 등에선 산에서 쏟아진 흙더미에 60대 여성이 깔리고, 산사태 우려 지역 주민 수십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물 잠긴 요양원…어르신들 구조보트 탈출

17일 오후 경남 밀양시 무안면 한 요양원에서 입소자와 직원 56명이 소방당국의 구조보트를 타고 구조되고 있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3분쯤 밀양시 무안면 한 요양원에서 ‘지대(地帶)가 낮아 침수가 우려돼 입소자 전원 대피가 필요하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 구조대는 약 1시간 30분 동안 구조보트를 활용, 요양원에 입소해 있던 외상환자 등 41명과 직원 15명을 구조했다. 요양원 주변은 성인 허벅지 높이까지 물이 찬 상황이었다. 고령인 요양원 입소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같은 날 오후 4시 5분쯤 산청군 신등면 연사마을에서 60대 여성이 “토사(土沙)에 깔렸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이 여성은 주택 외벽과 바로 뒤 야산에서 쏟아진 토사에 하반신이 묻힌 상태였다. 소방 구조대는 신고를 받은 지 1시간여 만에 여성을 구조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고 한다.

17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신등면 한 주택에서 소방 구조대가 하반신이 토사에 묻힌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토사 깔리고 차량에 갇히고

앞서 오후 3시 55분쯤 산청군 신안면에선 도로가 침수돼 60대 주민 4명이 자동차 3대에 고립됐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당시 도로엔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오른 곳도 있었다. 이들 중 트럭 화물칸 위에서 우산을 쓴 채 구조를 기다리던 60대 남성은 구조대가 트럭에 고정한 로프를 잡고 간신히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합천 삼가면과 함안 칠서면에서도 자동차가 침수, 운전자가 스스로 탈출하기도 했다.

오후 1시 17분쯤 창녕군 부곡면 한 아파트 앞에선 인근 도랑이 넘치면서 도로가 물에 잠겼다. 이 때문에 아파트 지하펌프실과 인근 축사가 침수돼 소방당국이 배수 작업을 진행했다. 오전 11시 20분쯤 밀양시 상동면에서는 ‘산에서 물이 내려와 집 안으로 들어왔다’ 119 신고가 접수, 소방대가 출동해 안전조치를 했다. 이날 오후 5시까지 경남에선 주택·도로 침수, 토사·낙석 등 169건의 호우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10명이 구조됐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17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신안면의 한 도로가 물에 잠겨 한 남성이 트럭 화물칸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하천 넘칠라” “산사태 우려”…주민 대피

많은 비가 내린 창녕과 대형산불이 났던 산청·하동에선 주민 수십명이 대피했다. 이날 오후 산청군 시천면의 유점마을에선 주민 26명이 한국선비문화연구원으로 피신했다. 지난 3월 말 발생한 산불로 산림이 훼손되고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산청에선 산사태 주의보도 발효된 상태다. 이날 산청에는 오후 6시까지 220.5㎜(시천면)~256.6㎜(단성면)의 많은 비가 내렸다.

마찬가지로 화마가 덮쳤던 하동군 옥종면 두양마을에서는 주민 11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같은 때 325.5㎜(도천면)의 폭우가 쏟아진 창녕에서도 주민 대피가 이어졌다. 창녕군 부곡면 수다마을에 사는 주민 30명은 하천 범람이 우려돼 마을회관으로 몸을 피했다. 군 관계자는 “아직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비상 상황을 대비해 선제 조처한 것”이라고 했다. 경남도는 오후 6시 기준, 이들 포함 도내 149가구 168명이 호우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17일 오후 경남 창녕군 부곡면의 한 아파트 앞 도랑에 물이 넘쳐 도로가 침수됐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최대 400㎜ 이상 비 예상”

이날 경남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전체 18개 시·군 중 15개 지역에서 호우특보(경보 또는 주의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은 이날부터 주말인 19일까지 경남에 150~300mm, 많은 곳에선 400mm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경남도는 침수가 우려되는 도로·주차장 30개, 하천변 산책로 30개, 세월교 98개 등 164개소를 통제했다.

한편, 부산에서도 이날 밤까지 30∼80㎜, 많은 곳은 100㎜ 이상 비가 내릴 전망이다. 18~19일에는 100∼200㎜가 예상되고, 많은 곳은 300㎜ 이상 내린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안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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