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해임설에 요동친 시장…美 국채 30년물 금리 5% 넘고 증시 휘청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거취 문제가 세계 금융 시장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곧 해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장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뉴욕 증시도 휘청였다. 금융 시장 발작 증세에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설을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진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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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해임설에 美 국채 30년물 5% 넘겨

16일(현지시간) CBS 방송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공화당 의원들과 간담회에서 파월 의장 해임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의원들이 이에 찬성했다고 보도했다. 애나 폴리나 루나 공화당 하원의원도 전날 밤 소셜미디어 ‘X’에 “매우 진지한 소식통으로부터 파월 해임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99% 확신한다. 해임은 임박했다”고 썼다.

미국 금융 시장은 즉각 요동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파월 해임설에 장 중 연 5.079%까지 치솟았다. 최근 연 4%대 후반대에 머물던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나온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CPI) 예상을 소폭 웃돌면서 종가 기준 연 5.027%까지 상승했었다.

여기에 이날 파월 의장이 물러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오자 금리 상승 폭은 더 커졌다. 파월이 해임되면 Fed가 독립성을 잃고, 트럼프 대통령 요구대로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 때문이었다. 관세 부과로 수입품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Fed가 기준금리까지 더 낮추면 물가 상승률에 기름을 붓게 된다. 미래에 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지면 장기 시장 금리도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다. 대표적 장기 시장 금리인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치솟은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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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독립성 ‘흔들’에 금리 발작, 주가도 하락

반면 이날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종가 기준 전 거래일(연 3.959%) 대비 0.61%포인트 하락한 연 3.898%에 장을 끝냈다. 2년물 금리가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 건 기준금리 향방 때문이다. 2년 만기 미국 국채 같은 단기채 시장금리는 당장의 정책금리(Fed의 기준금리)와 동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파월 해임되면 기준금리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에 단기채 금리는 도리어 하락했다.

뉴욕증시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장 초반 상승세를 보이던 미국 주요 지수는 파월 해임설이 나오자 즉각 하락세로 돌아섰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장 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0.67% 내렸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0.8%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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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요동에 트럼프 “가능성 매우 낮다” 진화

금융 시장 동요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들 만난 자리에서 “(파월 해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 해명이 알려지면서 이날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는 일부 잦아들어 연 5.016%에 마감했다.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채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가부채가 많은 미국은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진다. 실제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가,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90일 유예로 선회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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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흔들기’ 계속, “실업률 물가 올라갈 것”

트럼프의 ‘파월 흔들기’에 금융 시장이 ‘잽’을 날리며 방어했지만, 금리 결정의 독립성을 놓고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관세 부과로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백악관은 25억 달러(3조4500억원)가 들어간 Fed 건물 개보수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며, 파월 의장의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까지 보냈다. 외신들은 이를 파월 의장 해임을 위한 명분 쌓기로 보고 있다. 반면 물가 관리가 최우선 과제인 Fed는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확인하기 전까지는 금리를 쉽사리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나 윙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 있을지 시장을 시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의 날카로운 시장 반응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해임 발언을 철회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고 파월 의장이 해임되면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은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김남준([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