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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통령실·경호처장 써있다, 김건희 모친 측근의 '수상한 메모'

중앙일보

2025.07.17 13:00 2025.07.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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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고속도로 변경 종점 부근 소유 김충식씨 창고 주변에서 발견된 김씨와 통일교 고 문선명 총재 사진. 김씨의 통일교 연루 의혹에 대해 관계자들은 ″일본 승공연합에서 활동한 적은 있다고 하는데, 교회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열린공감TV 제공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및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사건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제3의 인물인 김충식(86)씨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17일 파악됐다. 두 사건 모두 김씨가 관련 사업에 관여한 흔적이 드러나며 특검팀의 수사망 역시 확대되고 있다. 김씨는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79)씨의 26년 지기이자 사업 파트너로 사실상 '최은순 집사' 역할을 한 것으로 특검팀은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전날 국토교통부 소속 김모 서기관을 소환해 윤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2년 3~7월 용역업체에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을 제안한 경위 등을 조사했다. 이와 관련, 김씨는 고속도로 노선 변경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김씨는 공식 직함이 한국교양문화원 원장인데, 그의 명함엔 국가원로회의 자문위원, ECI세계경제문화교류협의회 명예총재, 사단법인 나라사랑무궁화봉사회 이사장, 민주평통 자문회의 상임위원 등 12개 직업이 표기돼있다.

김씨와 최씨의 관계는 둘이 같은 주소지에 전입 신고를 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2003년 최씨 소유의 남양주 화도읍 금남리 단독주택에 김씨가 주민등록 이전을 마치고 거주했고, 이후 서울 송파동대우레이크월드아파트 같은 호실에도 둘이 나란히 전입 신고했다.

경기 양평 공흥1리 표지석. 왼쪽 뒷편으로 김건희 여사 가족회사인 ESI&D가 시행한 양평한신휴플러스 아파트가 보인다. 손성배 기자

양평고속도로 변경 종점인 강상면 인근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부지에는 김씨가 중요 물품을 보관하기 위한 컨테이너형 창고가 있다. 실제 해당 창고를 가 본 결과 근처에 김씨의 명함과 최씨가 운영하던 회사의 서류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창고 내부엔 도자기와 정치인 사진도 보였다. 김씨는 양평고속도로 개통 시 수혜 지역이 될 수 있는 경기 광주 송정동 땅도 전직 판사의 부인 등과 공동 소유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고속도로 변경 종점 부근 김충식씨 소유 창고. 주변에 김씨의 명함과 서류철 등이 버려져 있다. 손성배 기자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고속도로 변경 종점 부근 소유 김충식씨 창고 주변에서 발견된 김씨의 다이어리 2023년 9월 달력란에 대통령실 휴대전화, 유선번호가 적혀있다. 열린공감TV 제공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고속도로 변경 종점 부근 소유 김충식씨 창고 주변에서 발견된 김씨의 다이어리에 경호처장 김용현 용산이라고 적혀있다. 열린공감TV 제공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고속도로 변경 종점 부근 소유 김충식씨 창고 주변에서 발견된 김씨의 2024년 2월 벽걸이 달력에 이관섭 비서실장이라고 적혀있다. 열린공감TV 제공

김씨가 김 여사 일가 사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통해 직접 민원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실제 김씨가 작성한 다이어리 2023년 9월 달력란엔 “대통령실 010-XXXX-5096”, “02-770-2535”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해당 휴대전화 번호는 김 여사의 문고리 3인방 중 1명인 조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사용하던 번호로 파악됐다. 김씨가 김 여사를 등에 업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이나 요구사항을 대통령실 참모 및 비서진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이유다.

김씨의 또 다른 다이어리엔 ‘경호처장 김용현 용산’이라는 메모가 있었고, 벽걸이 달력엔 2024년 2월 28일에 동그라미를 치고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라는 일정 표기가 있었다.

특검팀은 양평 공흥지구 개발에도 김충식씨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김씨는 김 여사의 가족회사인 ESI&D(이에스아이엔디)의 전신인 방주산업의 이사로 재직했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당시에도 김씨는 시공사 선정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ESI&D가 양평군에 공흥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제안한 시점은 2011년 8월 1일이다. 이듬해 4월 30일 양평군은 최은순씨와 ESI&D, 국토해양부 소유 필지 17개(2만2199㎡)를 공흥지구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

사업은 초반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2013년 7월 양평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시 행복도시과장(현 도시건설국장)은 “시행사 얘기를 들어보면 처음엔 GS에서 아마 시공하기로 내정됐다가 사업성, 분양성 때문에 난색을 보이는지 늦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던 이 시기 김씨는 최씨에게 또 다른 시공사인 한신공영의 고위직을 소개했다고 한다.


김씨는 양평 공흥지구 사업 및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건강 문제로 병원에 있어서 뭘 말할 수 없다”며 “(양평 공흥지구와 고속도로 노선 변경은)일체 관계 안한다. 몸이 좋아지면 연락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등이 적힌 메모에 대해선 “누가 버리고 간 것”이라고 했다.



손성배.양수민.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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