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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100일 남았는데…만찬장 공정률 아직 25%

중앙일보

2025.07.17 13:00 2025.07.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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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아시안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릴 경북 경주시를 방문해 주요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국무총리실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약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국제 행사다. 정부와 지자체가 막바지 손님맞이에 집중하고 있지만, 제때 준비를 마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계속 나오고 있다.



정상들 머물 숙소 집중적 점검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5~16일 경주 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첫날인 15일에는 실무인력과 기자단 숙소부터 정상급 숙소까지 각급 숙박시설과 서비스 준비 현황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김 총리는 개보수가 진행 중인 모든 정상급 숙소들을 둘러보고 공정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서비스 시설이 부족한 연수원은 고객 서비스가 주요 호텔 수준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관련 단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줄 것을 지시했다. 호텔 종사자들의 서비스 교육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날 안내를 맡은 김학홍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현재 회원국 정상들을 위한 프레지덴셜 로얄 스위트(PRS) 객실 리모델링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 중으로, 9월 중엔 마무리 될 것”이라며 “경주를 찾는 이에게 친절하고 편안한 경주의 이미지를 선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 15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아시안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릴 경북 경주시를 방문해 정상들이 머물 객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경북도

김 총리가 경주에 이틀간 머무르며 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등 한창 막바지 채비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직 관련 인프라 준비와 안전·수송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탄핵 정국 등으로 일정에 차질

현재 경주 APEC 정상회의 관련 인프라 공정률은 만찬장 약 25%, 미디어센터 50%, 각국 정상과 수행원들이 묵을 숙소 65% 등 수준이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조기 대선까지 상반기 국정 공백이 이어지면서 APEC 준비 동력이 약화한 것이 한몫했다.

APEC 정상회의에서는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모이는 다자 정상회의를 비롯해 참석 국가 양자 회담도 잇따라 열리기 때문에 회담 성격에 맞는 다양한 회의장과 라운지, 행정지원실 등이 필수다. 국제행사인 APEC 정상회의의 총괄 준비와 최종 의사결정은 외교부 소관이지만, 관련 인프라 준비와 수송·의료 지원 등은 개최지 지자체에서 담당한다.
지난 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올해 10월 말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한 미디어센터 건립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APEC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정일영 의원에 따르면, 경북도는 총 142억원을 들여 경주엑스포대공원에 2700㎡ 규모의 경제전시장을 조성 중이다. 하지만 건축공사 개찰은 4월 말, 소방·전기·통신 공사 개찰은 5월 중순에야 이뤄졌으며 공사 기간은 150일로 설정돼 있어 회의 직전까지 공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수력원자력이 184억원을 투입한 APEC 홍보관 건립도 비슷한 상황이다. 주요 공사와 건설사업관리 용역 개찰은 5월 말에서 6월 초에 이뤄져 전시 준비가 적기에 완료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정상회의 기간 중 하루 최대 7700객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숙박시설 마련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 중 국가 정상급 인사에 제공할 PRS 객실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포항 영일만에 대형 크루즈선을 띄워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찾은 전 세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묵을 ‘바다 위 숙소’로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교통 관리 대책에도 우려 나와

인프라뿐 아니라 교통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경주 APEC 주요 행사가 열릴 경주보문관광단지는 약 851만5000여㎡로 축구장 약 1200개 정도의 규모인데, 이곳에 방문객 2만여 명과 행사 관리를 하는 행정·치안 인력 3만여 명까지 합쳐 총 5만여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 큰 혼잡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경북 경주시 경주보문관광단지 전경. 중앙포토

2015년 필리핀 마닐라 APEC 정상회의 당시에도 정상회담 장소와 숙소 주변 도로를 막거나 APEC 관계자 전용 도로에 일반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등 통제를 하면서 도심 교통이 마비됐다. 경주보문관광단지가 마닐라처럼 인구가 밀집된 지역은 아니라고 해도 도로 인프라가 부족하고 인근 도시와 이어진 국도가 1~2개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시설 공사가 늦어져 만찬장 등을 ‘가건물’로 짓는다는 점도 주요국들이 걱정하는 사항이다. 만찬장은 지상 1층 연면적 2000㎡로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향후 2~3년 간 활용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주 APEC 관계자는 “APEC은 정상회의뿐 아니라 정상급 인사들이 먹고 자고 용변을 보는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이뤄져야 하는 민감한 행사”라며 “수송·안전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과거 페루나 러시아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의 열악했던 사례를 위안 삼으며 우리의 현재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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