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 한광훈련, 해안방어 훈련서 벗어나 中침공 시가전 등 대비
도심 곳곳에 첨단 무기 배치…'전쟁 먼일 아니다' 메시지
마트에 전차, 공원에 미사일…中압박에 일상 파고든 대만 軍훈련
연례 한광훈련, 해안방어 훈련서 벗어나 中침공 시가전 등 대비
도심 곳곳에 첨단 무기 배치…'전쟁 먼일 아니다'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중국 침공에 대비하기 위한 대만의 연례 군사훈련 '한광훈련'이 대만 시민 일상 곳곳을 파고들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치러진 올해 훈련에서 대만군은 이전과 달리 중국군의 대만 상륙 및 시가전 발생 가능성에 초점을 뒀다. 또 도심 공원이나 대형마트 등 곳곳에 전차와 미사일 등 무기를 배치해 중국의 위협이 현실임을 보여주려 했다고 1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대만은 중국군 침공을 가정한 연례 합동군사훈련인 한광훈련을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진행했다.
역대 최장인 9박10일 일정으로 진행된 올해 훈련은 이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전에 한광훈련은 주로 해상을 통한 중국군 침투를 격퇴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이뤄졌고, 자연히 훈련지역도 일반 시민 생활권과 떨어진 해안 군 기지 위주였다.
하지만 올해 훈련은 중국군이 대만에 상륙해 들어오는 상황을 가정하면서 대도시 중심가와 주택가 골목부터 내륙 마을의 시골길까지 시민들 바로 눈앞에서 진행됐다.
타이중 외곽의 한 시골 마을에는 중국군의 내륙 침투에 대응하는 임무를 맡은 군인들을 태운 대만군 주력 장갑차 CM-34 '윈바오'(雲豹·Clouded Leopard)가 들어왔다. 이 마을 반대편에서는 주민센터 뒤에 잠복한 CM-11 '융후'(勇虎, Brave Tiger) 두 대가 논을 향해 모의사격을 하면서 폭음이 온 마을에 울렸다.
지난 14일 수도 타이베이에서는 지하철 시스템을 이용한 훈련이 이뤄졌다.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지하철역을 뛰어나와 상점가에서 전투태세에 임했고, 타이베이 동쪽 외곽에서는 육군 물류사령부가 지하철로 군수품과 식량을 수송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군이 미사일로 대만을 공격하는 상황을 가정해 '전장 생존 가능성'을 시험하는 이 훈련에서 대중교통 수단이 이용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대만군은 또한 한광훈련 일정 중 마지막 나흘 동안 전국에서 장기전 대비 훈련에 집중했다. 이 역시 대만군이 과거에는 공개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시나리오다.
이번 훈련기간 대만 전역 곳곳에는 첨단 무기들이 이동 배치됐다.
타이베이 중심부 메이디강변공원과 쑹산공항 인근 관산강변공원에는 미국에서 공급받은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가, 남부 도시 타이난에 있는 대형마트 코스트코 매장 앞 주차장에는 전차 여러 대가 들어섰다.
대만군이 지난해 10월 도입한 미국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도 도시 외곽 공원이나 강변 자전거 도로, 노천 주차장 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에도 한광훈련 때면 타이베이 등을 포함해 여러 지역에 미사일 포대 등이 배치되곤 했지만 올해는 이전보다 더 눈에 띄는 곳에 첨단 무기들이 자리했다.
대만 당국은 이처럼 공개적으로 시민과 가까운 곳에서 한광훈련을 진행함으로써 자체 방어 의지를 과시하고 국민에게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대만 민방위 전문가 'T.H Schee'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커다란 전략적 변화다. 그들(정부)은 이전에는 그저 '해변에서 적을 물리치겠다'고만 말하곤 했다"고 지적했다.
린잉위 대만 단장(淡江)대 국제관계·전략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대만의 국방예산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이런 훈련은 자체 방어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법"이라며 "(이번 훈련은) 또한 대중에 '전쟁은 우리 생각처럼 멀리 있지 않다'는 메시지도 전달한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은 그러나 몇몇 우려도 불러일으켰다.
시민들은 코 앞에 등장한 하이마스나 패트리엇 등 무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는데 이런 사진이 너무 많이 올라오자 중국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차와 미사일 등 무기가 도시에 나타나면서 사고도 여럿 발생했다.
대만 중앙통신사(CNA)에 따르면 지난 13일 북서부 타오위안시에서는 이동 중이던 군 전차가 맞은편에서 오던 민간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군은 부상자는 없었고, 전차와 승용차 운전자 모두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면서 군용차량 보험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혔다.
11일에는 방공부대 차량이 야간 기동 중 신베이시 주택가 골목의 한 국수 가게 차광막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끼이는 바람에 2시간가량 발이 묶이기도 했다. 팔라딘 자주곡사포와 전차 등이 좁은 골목길을 지나다 주차된 차량을 파손한 사고도 있었다.
다만 이번 훈련을 참관한 한 외국군 관계자는 이러한 사고가 대만 도시 지형의 복잡함을 보여준다며 "이는 공격자 입장에서는 악몽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미로 같은 곳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방법을 익혔다면 방어하기에 매우 용이하다"고 F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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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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