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서 환자 가족들의 의료진 폭행 급증세"
현지매체 "의료진 보호 실패하면 수년 내 의사 부족사태" 경고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환자 가족이나 친척에 의한 의료진 폭행 사건이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센트럴아시아(TCA)가 18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수도 비슈케크 소재 국립병원에서 다수의 의료진 폭행사건이 보고됐다.
일례로 이 병원의 한 젊은 전공의는 코피를 심하게 흘리는 남성 환자를 치료하면서 가족들에게 폭행을 당해 뇌진탕을 일으키고 가운이 찢겼다.
폭행은 환자 가족들이 치료에 관여하려다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이 출동했으나 가해자들을 체포하는 대신 폭행당한 전공의를 체포했다.
체포 이유는 전공의가 치료과정에서 외설스러운 말을 했다는 것이다. 전공의는 나중에 법원으로부터 사흘간의 구금 명령을 받았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해당 전공의의 변호인 접견이 거부됐고, 사법당국은 전공의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과 병원 직원들의 증언을 모두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며칠 뒤에 같은 병원에서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응급실 내과의사가 환자의 친척에게 폭행당했는데 이런 상황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음에도 경찰은 가해자를 체포하지 않았다.
의료노동조합 관계자는 키르기스스탄에서 의료진 폭행이 이제 일상사가 되고 있다며 이는 이미 망가진 보건 인프라 신뢰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 폭행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등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에르킨 체체이바예프 보건장관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의료진을 상대로 한 폭력행위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의료진 보호에 실패하면 수년 내로 심각한 의료진 부족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선 2023년에도 의료진 폭행사건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당시 국립병원의 경우 의료진 보호를 위해 비상버튼과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사설 경비원도 고용했으나 얼마 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들 조치를 철회했다.
키르기스 공공부문 의사들은 300∼400달러(약 42만∼56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 장시간 근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험 많은 의사들이 이직하는 경우가 잦다. 정부는 향후 3∼4년에 걸쳐 의료부문 재정을 개혁해 의료진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처우 개선이 계획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TCA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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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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