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테슬라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리처드 워터스 파이낸셜타임스(FT) 에디터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기고문에서 테슬라가 직면한 위기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테슬라는 판매 부진과 경쟁 심화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글로벌 자동차 점유율이 2% 남짓한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여전히 전 세계 완성차 기업을 압도하는 이유는 단 하나, 머스크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2016년부터 구상한 로보택시가 지난달 서비스를 개시한 점을 예로 들며 “기업 창업자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구할 비전을 갖고 있다”고 했다. 테슬라는 투자자로 참여했다가 최대주주이자 CEO가 된 경우이긴 하지만, 스페이스X·xAI를 창업하고 로보택시를 시작하는 등 머스크의 멈출 줄 모르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테슬라를 위기에서 구해낼 것이라는 기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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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주가↓ 탄소크레딧 ‘유명무실’ 삼중고
하지만 낙관하기에는 테슬라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중국·유럽 등에서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0%이상 줄었다. 테슬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테슬라는 글로벌 시장에 72만803대를 인도했는데 지난해 상반기 인도량(83만766대) 대비 14% 감소했다.
주가도 하락세다. 지난해 12월 31일 403.84달러에서 지난 11일 313.51달러로 22%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 주주들은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화,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노후화된 테슬라 라인업 등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의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 선언도 주주 불만을 키우는 원인이다.
그 중에서도 주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을 가장 걱정한다. 지난 4일(현지시간) OBBBA가 공식 발효되면서 미국 내 기업평균연비제(CAFE)의 벌금 제도가 폐지됐기 떄문이다. 이는 곧 테슬라의 현금 수익원이었던 탄소크레딧(탄소배출권)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단 의미다.
탄소크레딧이란 기업이 감축한 온실가스를 상품화해서 사고팔 수 있는 권리로, 미국에선 각 주 정부가 발행했다. 전기차만 생산·판매하는 테슬라는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더 많은 탄소크레딧을 확보해 토요타, 제너럴모터스(GM) 등 내연기관차 생산 기업에 판매했다. 이들 기업은 탄소크레딧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CAFE 벌금을 면하거나 줄여왔다.
테슬라는 지난해 탄소크레딧 거래로만 27억6000만 달러(약 3조8000억원)를 벌어 들였는데 지난해 전체 순이익 71억 달러(약 9조8000억원)의 39%에 달한다. 하지만 이젠 수익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FT는 “탄소크레딧 수익의 4분의 3은 미국에서 발생했었기 때문에, (OBBBA 발효는) 테슬라의 수익 감소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테슬라와 탄소크레딧을 거래하기로 했던 기업과의 계약이 무효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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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상품성 개선·시장 개척으로 돌파구
이런 위기를 머스크가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주도, 경쟁사들도 주목하고 있다. 정보기술·자동차 업계에선 테슬라가 로보택시 등 신사업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최근 “로보택시 서비스 지역(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을 샌프란시스코로 한두달 내에 확대할 것”이라거나 “테슬라 차량에서 ‘그록’(AI챗봇)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로보택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그록(Grok)은 머스크가 설립한 ‘xAI’가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로, 로보택시에 탑재되면 차량 안에서 대화형 AI 비서처럼 기능할 수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테슬라는 기존에 판매된 차량 소유자들의 동의를 받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로보택시로 전환하는 식으로 빠르게 로보택시 점유율을 높이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락세인 전기차 판매량을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중국에서 테슬라의 단점으로 꼽히는 ‘신제품 출시 부족’ 수요를 달랠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한다. 지난 16일 중국 소셜미디어(SNS)인 웨이보 테슬라 계정에는 “모델 YL, 황금빛 가을에 만나요!”란 글과 사진 2장이 공개됐다. 6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YL은 기존 모델Y 대비 길이가 약 15㎝ 이상 길어졌다. 3열 SUV를 선호하는 중국 시장을 고려한 모델이다.
인도에서도 프리미엄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매장을 냈다. 테슬라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 첫 테슬라 쇼룸을 열고 판매를 시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모델Y 기본형 가격은 599만루피(약 6만9757달러)로 미국 판매가(4만4900달러)보다 훨씬 비싸다. 로이터는 “인도의 높은 전기 수입차 관세가 반영된 가격으로, 메르세데츠-벤츠, BMW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던 일본에서도 테슬라는 올 연말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30곳, 내년까지 50곳으로 늘릴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5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유럽, 중국 등에서 부진한 테슬라가 인기 전기차가 아직 없는 일본에서 기회를 선점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이달 23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