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수상한 '마동석' 옆엔 '제갈량' 있었다…5억 뜯어낸 충격 수법

중앙일보

2025.07.17 23:43 2025.07.18 03:0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있는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기업형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들이 정부 합동수사단에 검거됐다. 이들은 ‘마동석’, ‘유관순’ 등의 가명으로 활동했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을 고수익으로 유혹해 범행에 가담시켰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한야’라는 이름을 내건 보이스피싱 범죄단체 조직원 18명을 범죄단체가입·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이 가운데 16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18일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며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몸캠 피싱(신체를 불법 촬영해 협박하고 돈을 뜯는 행위), 로맨스 스캠(소셜미디어 등으로 호감을 표시해 신뢰를 쌓은 뒤 돈을 요구하는 사기) 등의 범행을 벌여 총 11명의 피해자로부터 약 5억2700만원을 뜯어냈다.

‘마동석’이란 활동명으로 불린 외국인 총책이 만든 이 단체는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7개의 전문팀을 구성하는 등 기업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7개 팀은 ▶로맨스팀(성매매 조건만남 사기) ▶대검팀(수사기관·금융기관 사칭) ▶해킹팀(악성 프로그램 설치) ▶몸캠피싱팀(음란 영상 협박) ▶리딩팀(주식 투자정보 사기) ▶쇼핑몰팀(리뷰 포인트 사기) ▶코인팀(가상자산 투자 사기) 등이다. 또 팀원들은 각각 신사임당·유관순·허준·장금이와 같은 한국 역사 속 인물이나 여포·초선·제갈량 등 중국 소설 ‘삼국지’의 등장 인물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했다.

'한야 콜센터' 조직원이 추가 인증 비용을 요구하며 피해자와 주고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사진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보도자료

검거된 18명 중 가장 많은 13명이 로맨스팀 소속이었다. 이들은 데이팅 앱을 통해 여성인 척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후 조건만남 등 성매매를 위한 사이트에 가입하도록 유도한 뒤 “경찰의 잠복 수사를 걸러내야 하니 신원 인증비를 입금해 달라”며 송금을 유도하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챘다. 또 코인팀은 가상자산 투자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속이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뜯어냈다.

새로운 조직원 모집 역할을 담당한 피의자들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접근, 고수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말하며 조직에 가입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검거된 조직원들의 나이대는 모두 20~30대였다. 합수단 관계자는 “구속된 18명을 포함해 한국인 관리자·상담원 48명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외국인 총책과 한국인 부총괄 등 아직 검거하지 못한 나머지 조직원들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합수단은 지난해 10월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로부터 관련 첩보를 받아 이번 수사에 착수했다. 검거된 18명은 모두 캄보디아에서 범행을 벌였지만, 국내로 귀국한 뒤에 체포됐다. 콜센터 단속이나 수배자 체포 등의 과정에서 캄보디아 정부와의 별도 공조는 없이, 합수단 단독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한편 2022년 7월 조직된 합수단은 3년간의 활동을 마치고 오는 29일 해산할 예정이다. 활동 기한 연장 가능성에 대해 합수단 관계자는 “국무조정실, 대통령실에서 관련 사안을 검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