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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 대신 종이지도…러, 드론 공포에 모바일 데이터 차단

연합뉴스

2025.07.1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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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이어 러 전역으로 차단 확산…지난달 우크라 '거미줄 작전' 이후 경계 전시 상황 보안 이유 때문이지만 "제한 남용" 우려도
내비 대신 종이지도…러, 드론 공포에 모바일 데이터 차단
국경 이어 러 전역으로 차단 확산…지난달 우크라 '거미줄 작전' 이후 경계
전시 상황 보안 이유 때문이지만 "제한 남용"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말하지 않고도 내가 로스토프(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남부 도시) 출신이라고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 휴대전화 수신 세기 막대기가 하나만 있는 걸 보여주세요"
러시아 내 열악한 휴대전화 인터넷 사용 환경을 설명하는 한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올린 영상 내용의 일부다. 인터넷은 자정까지만 사용할 수 있고 이마저도 최근에는 아예 차단됐지만 화낼 필요 없이 익숙해지면 된다고 비꼬는 이 영상은 2주일 만에 50만뷰를 돌파했다.
드론 공격을 차단하겠다며 러시아 당국이 시행 중인 모바일 데이터 차단 조치는 이제 러시아 국경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러시아 여러 지역에서 드론 공격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최근 2개월간 러시아 내 모바일 데이터, 와이파이 차단 현상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지역부터 시베리아, 심지어 극동 지역에서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바일 인터넷 차단으로 러시아인들이 겪는 불편은 가짓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모바일 인터넷 검색은 물론이고 카드 결제 시스템 사용 불가, 택시·승차 공유 앱 먹통,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고장 등이 대표적이다. 내비게이션 앱을 사용할 수 없어 운전 중 종이 지도를 사용하기도 한다.
인터넷 자유 활동가 단체인 '나 스뱌지'(러시아어로 '연결 유지'를 의미)의 조사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조사 대상 지역 80개 가운데 73개 지역에서 모바일 인터넷 차단이 보고됐으며 41개 지역에서는 광대역 인터넷 차단 현상도 발견됐다.
보로네시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7월 초 모바일 데이터와 와이파이가 모두 끊겨 '동굴'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며 다음날 직장에 가서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러시아 전역서 발견되는 이런 현상은 지난 5월 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 행사를 앞두고 각국 귀빈이 모스크바로 모여들 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지난 6월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거미줄 작전'으로 러시아 본토 공군 핵심 기지 4곳이 드론 기습을 당하면서 인터넷 차단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러시아 인터넷 자유 단체 '로스콤스보보다' 설립자인 사르키스 다르비냔 변호사는 "거미줄 작전은 러시아 당국이 더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하게 만들었다"며 "이들은 드론이 장난감 튀어나오는 상자처럼 러시아 어느 지역에서라도 나올까 봐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시 상황서 네트워크 차단은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하면서도 당국이 제한을 남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조치가 러시아 당국이 장기간 추진해온 온라인 자유 제한 정책의 일부일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과 같은 주요 소셜 미디어 연결이 차단됐으며 지난해에는 유튜브 접속이 중단됐다. 차단을 우회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도 정기적으로 끊긴다.
디지털 권리 단체 '액세스 나우'의 동유럽·중앙아 관리자인 아나스타샤 지르몬트는 러시아의 이러한 빈번한 인터넷 차단에 우려를 표하며 "현대의 현실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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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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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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