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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랑 싸우더니 욕설·조롱 늘어…트럼프 닮아가는 민주당

중앙일보

2025.07.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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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흑인 인권 운동의 대부, 고(故) 존 루이스 하원의원을 기리는 '굿 트러블 라이브스 온' 행진과 집회에서 한 시위대가 "우리는 자유롭지 않다"는 문구가 적힌 거꾸로 된 미국 국기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점잖고 조심스러운’ 어조에서 벗어나 ‘솔직하고 공격적인’ 화법을 구사하기 시작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보도했다. 자신들이 비판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고 직설적인 화법과 닮은 꼴로 변했다는 얘기다.

WP에 따르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최근 민주당의 X(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올라가는 게시글의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보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메시지가 유권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WP는 “당 지도자들은 욕설을 서슴지 않고, 보다 직설적인 조롱을 사용하며, 카메라를 직접 응시하는 영상들을 더 많이 제작한다”고 보도했다.

하킴 제프리스(뉴욕) 미국 하원 원내대표가 17일 워싱턴 DC의 캐피톨 힐에서 열린 주간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WP가 정치인들의 소셜미디어 게시글과 팟캐스트 등에서의 공개 발언을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이후부턴 민주당 정치인들의 욕설 빈도가 공화당 정치인들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공화당 정치인들의 횟수는 올해 2월 248회에서 4개월 뒤인 올해 6월 129회로 뚝 떨어졌다. 같은 시기 민주당 정치인들의 욕설 횟수는 올해 2월 228회에서 올해 6월 기준 240회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CNN은 올해 3월 미국 민주당의 호감도가 역대 최저 수준인 29%를 기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CNN이 1992년부터 여론 조사를 진행해온 이래 최저치다.

WP에 따르면 눈에 띄게 강경 화법을 구사하는 이는 올해부터 DNC를 이끄는 켄 마틴 위원장이다. 그는 최근 자신의 X에 “트럼프가 손대는 모든 건 망한다”거나 “트럼프는 속 좁고 불안정한 인간”, 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지옥에나 가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마틴은 WP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약하다’거나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며 “당은 ‘우리가 제대로 맞서 싸우고 있다’는 인식을 더 잘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P는 이같은 변화에 대해 “많은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발언 중 일부를 불쾌하게 느끼면서도, 그가 대본 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피트 부티지지 전 교통부 장관은 최근 팟캐스트 플래그런트에 출연해 진행자들과 약 세 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젊은 남성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출연했던 채널이다. AFP=연합뉴스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친트럼프 진영 매체에도 적극 출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기간 젊은 남성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출연한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나 ‘플래그런트’ 등에도 민주당 정치인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미디어에도 출연이 잇따르고 있다.

WP는 “당내에서도 로 칸나(캘리포니아) 하원의원 등이 ‘비판자들과 더 적극적으로 섞이고 부딪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그는 민주당이 유머나 조롱, 불쾌감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인식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WP에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성공적인 스타일을 흉내 내려는 필사적인 시도는, 마치 가짜 커버 밴드가 어설프고 음이탈 난 공연을 하며 필사적으로 관심을 끌려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위문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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