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우리가 (유럽에) 선제공격 할 수도 있다”는 등의 강경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최근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적극 지원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독일 역시 장거리 미사일 지원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자 일종의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장거리) 무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나라의 군사시설에 러시아는 무기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독일을 겨냥해 우크라이나가 독일산 장거리 미사일 타우러스로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독일군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엄포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내부를 겨냥한) 종심 타격 능력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있다. 메르츠 총리는 취임 이전 야당 시절 우크라이나에 대한 타우러스 지원을 주장했다. 사정거리 500㎞의 타우러스 미사일을 배치하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사정권 안에 두게 된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만약 갈등이 더욱 악화하면”이라는 조건 하에“우리는 단호하고 대칭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수위 조절을 했다. 이는 메르츠 총리가 취임 후에는 무기 지원을 언급하더라도 타우러스에 대해선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도 타우러스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러시아 일각에선 더욱 거친 발언이 쏟아지기도 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17일 러시아 타스 통신 인터뷰에서 “서방에 전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선제공격도 감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자, 전직 러시아 대통령 출신인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우크라이나전 이후 “핵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등의 강경 발언을 이어하는 인물이다.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한 ‘50일 내 종전 합의’에 대한 직접 대응을 자제한 채 포크로우스크 등 동부전선에서 드론과 소규모 보병 부대를 모두 동원한 집중 공격으로 점령지를 늘려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분석가 올렉산드르 코발렌코는 최근 러시아군이 이달 둘째 주에만 우크라이나 땅을 260㎢ 넘게 점령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경제난으로 우크라이나가 장기전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우크라이나 내부 분석도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외국 군수기업의 신무기를 자신들의 최전선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하는 고육책까지 내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국영 무기 투자·조달 기구인 ‘브레이브1’은 최근 외국 군수기업이 제품을 우크라이나로 보내고 사용 방법에 대한 교육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면 우크라이나군이 실전에서 검증해 보고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또 우크라이나산 드론과 미국산 무기를 맞거래하는 ‘메가딜’도 돌파구의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하는 대신 미국은 우크라이나 드론을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지난 3년간 러시아와의 현대전에서 얻은 모든 것을 공유하겠다고 미국에 제안했다고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은 이런 (드론) 기술을 필요로 한다. 메가 딜, ‘윈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