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에 극한 호우가 쏟아진 지난 17일 새벽 서산시 청지천이 범람해 2명이 숨진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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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석림동 청지천서 2명 숨져
18일 충남도와 서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새벽 서산시 석림동 청지천에서 자동차 6대가 침수해 2명이 숨지고 3명이 구조됐다. 1명은 스스로 현장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침수된 승용차에서 소방당국에 첫 구조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새벽 3시59분이었다.
서산소방서는 ‘석남동 세무서사거리 인근 농로에 자동차가 침수돼 고립돼 있다’는 신고를 받고 구조에 나섰다. 소방서는 침수된 자동차 지붕에 있던 3명을 구조했다. 이어 구조자 가운데 한명으로부터 ‘침수 차가 더 있다’는 말을 듣고 주변을 수색해 새벽 6시15분쯤 차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있던 A씨(50대)를 구조해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숨졌다. 이어 이날 오전 11시35분쯤 농로 인근에서 숨진 B씨(80대)를 추가로 발견했다.
A씨는 이날 새벽 5시30분쯤 해미면 집에서 출발해 서산의 의료기관에 약 타러 오던 길에 변을 당했다고 한다. 청지천에 놓인 남원교는 해미에서 서산으로 오는 지름길이다. 경찰은 그가 다리를 건너 세무서사거리로 가려고 지대가 낮은 농로를 통과하다 범람한 하천 물살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했다.
B씨도 이날 새벽 4시쯤 가족에게 ‘농로에서 차가 빠져 고립돼 있다’고 알렸으나 차 안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경찰은 B씨가 상가에 들러 조문하고 귀가하다 세무서사거리가 침수되자 농로로 우회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있다.
서산에 극한호우가 내린 것은 이날 오전 2~4시 사이다. 기상청 관측자료를 보면, 청지천 일대는 이날 새벽 2시 104.7㎜, 새벽 3시 107.1㎜, 새벽 4시 72.2㎜ 등 284.0㎜가 쏟아졌다. 자동차가 침수해 구조신고를 한 새벽 3시59분은 이미 청지천이 범람한 이후로 보인다. 이곳 주민들은 “17일 새벽에 천둥·번개가 치고 빗소리가 커서 잠을 잘 수 없었다”라며 “새벽에는 이미 청지천이 범람해 남원교 일대의 논밭이 다 흙탕물로 덮여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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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 "청지천 통제안한 것으로 알아"
충남도는 17일 ‘호우특보 대처 상황보고’에서 ‘청지천은 16일 오후 4시부터 산책로를 통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산시는 청지천이 범람하던 17일 새벽에도 천변으로 자동차가 진입하는 것을 통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서산시 관계자는 “시간당 40~50mm가 넘는 호우가 내린 적이 없다”라며 “청지천은 상습 침수 등 물피해가 발생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서산시 관계자는 이어 “17일 오전 1시17분과 2시16분, 3시17분 등 3차례 재난 문자를 보냈다”라고 설명했다.
오전 1시17분과 2시16분에는 각각 ‘계곡하천주변 등 시간당 50mm 이상 비가 오니 침수시 우회해달라’ ‘누적 강우량 220mm이상이니 도로 침수시 우회해달라’는 내용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어 3시17분에는 ‘청지천 범람 우려’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서산시 관계자는 “산책로는 통제했지만 사고 당시 청지천 도로까지 통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0년 빈도의 자연재난에 대비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충남도는 16~17일 발생한 집중호우와 관련해 합동조사단을 꾸려 운영한다. 합동조사단은 27일까지 피해 원인과 규모, 복구계획, 피해예방대책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