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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힘, 모레 의원총회가 마지막 기회다

중앙일보

2025.07.1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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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총회에서 혁신안 추인 여부 결정



혁신안 거부하면 당 존폐위기 가속화



탄핵부인 세력 단절하고 민심 따라야

국민의힘이 계엄과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구주류에 대한 인적 쇄신을 거부하며 자중지란의 늪에 빠졌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전횡 책임의 당헌·당규 명시와 ‘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게 한 이들의 사과 등을 요구했으나 수뇌부와 친윤들은 즉각 거부 입장을 밝히며 반발하고 있다. 내란·김건희·채해병 등 3개 특수검사팀이 가속 페달을 밟는 가운데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입으론 혁신을 외치면서 뒤로는 기득권 사수에만 전념하는 국민의힘과 윤 전 대통령의 ‘버티기’로 인해 야당의 존재감은 사라졌고 핵심 책무인 정권 견제도 실종됐다.

구주류와 윤 위원장의 충돌은 윤 위원장이 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 등 친윤 의원 4명의 거취 표명을 요구하면서 더욱 격화됐다. 혁신위가 실명을 거론하며 쇄신을 요구한 건 처음이다. 이대로면 당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벼랑 끝 극약 처방으로 풀이된다. 친윤은 “선을 넘었다”고 주장하지만 느닷없는 계엄으로 나라를 혼돈에 빠뜨린 윤 전 대통령의 과오와 그에 맹종한 구주류에 책임을 묻는 건 국민이 볼 때 당연한 상식이다. 그런데도 윤 위원장을 임명한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어떤 사람을 내치는 건 혁신의 최종목표가 아니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고, 17일 회의를 연 비대위원들도 윤희숙 혁신안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충분한 논의 없이 (윤희숙) 개인 자격으로 이뤄진 부분에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다구리 당했다(몰매 맞았다)”는 한마디로 험악했던 비대위 분위기를 요약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지명했다가 그가 ‘인적 쇄신’을 1호 혁신안으로 꺼내자 대놓고 거부해 ‘안철수 혁신위’를 닷새 만에 좌초시켰다. 나오는 쇄신안 족족 내칠 것 같으면 도대체 왜 혁신위를 세웠는가. 혁신한다는 시늉만 하면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의도라면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다.

‘북풍’을 유도할 목적 아니었느냐는 논란을 낳은 드론 작전,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 등 윤석열 정권을 겨냥한 특검의 수사 내용이 연일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송언석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는 윤상현 의원실이 주최한 ‘윤석열 어게인’ 성격의 행사에 참석했다. 탄핵 반대와 부정선거론을 주장한 인사가 주축인 행사에 참가한 지도부를 두고 “제정신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윤 전 대통령이 잘못된 계엄의 책임으로 파면되고, 결국 정권 교체의 빌미까지 제공한 사실을 여전히 부인하는 것인가. 언제까지 민심에 역주행을 계속할 것인가. 이러니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하고, 국민에겐 ‘투명 정당’ 취급을 받는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강선우 여성가족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들을 국민의힘이 정조준했으나 여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야당의 능력과 존재감이 워낙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할 일은 인사 검증뿐이 아니다. 개정 상법 대책과 노란봉투법·검찰개혁법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집안싸움에 골몰하다 보니 거대 여당의 독주를 전혀 막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여야 간 균형과 견제에 바탕을 둔 의회주의가 유명무실해질지 모른다.

국민의힘은 21일 윤희숙 혁신안의 추인 여부를 결정하는 의원총회를 연다. 마지막 기회다. 그가 내건 혁신안의 전부는 몰라도 계엄과 국정 실패에 책임을 지라는 대목만큼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마저도 거부하고 기득권 지키기를 고수한다면 국민의힘은 회생불능의 늪으로 직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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