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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 4연임은 무리" 이 논리로 시진핑 퇴진 타협 가능성

중앙일보

2025.07.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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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차이나 워치] 시진핑 실각설 전말

지난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이 자리를 떠날 때 참석자들이 일어서서 배웅하고 있지만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홀로 등을 돌린 채 가방을 싸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실각설이 한여름 땡볕만큼이나 뜨겁다. 이르면 8월 말이란 구체적 시점도 거론된다. 정말 그럴까 ? 영원할 것 같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일까 ? 만일 그렇다면 중국만의 일은 아니다. 세계사적 사건으로 미·중 대결과 양안(兩岸) 관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중 및 북·중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한반도 정세 또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은 건재한가, 아닌가.

시진핑 권력 이상설이 나온 지는 오래됐다. 지난해 4월부터다. 시진핑의 비서 출신으로 군에 심어 놓은 중사오쥔이 군사위판공청주임 겸 군사위주석판공실 주임이라는 요직에서 국방대학 정치위원으로 밀려난 것이다. 군 감시자에서 군 빌딩 지킴이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다. 그리고 그해 7월 중공 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中全會)가 열렸고 이때 시진핑 건강 이상설이 돌았다.

중풍이란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다 11월 말 시진핑의 군권(軍權)이 흔들린다는 보도가 불거졌다. 측근인 먀오화 군사위원 겸 정치공작부 주임이 숙청된 것이다. 지난 3월엔 허웨이둥 군사위 부주석이 사라졌다.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체포조에 저항하다 자살했다는 소문마저 돈다. 허웨이둥과 먀오화 모두 푸젠성에 기반한 31집단군 출신으로 푸젠성에서 17년을 근무한 시진핑의 군권을 떠받치던 인물들이다.

절친 장유샤와 관계 틀어지며 부메랑
그런 장군들이 왜 숙청됐나 ? 시진핑의 반부패에 걸렸다는 해석은 무리다. 역공을 당한 것이다. 시진핑은 3연임을 확정한 2022년 10월 20차 당 대회 무렵 한때는 절친이었던 장유샤(1950년생) 군사위 부주석과의 관계가 틀어졌다. 시진핑이 장에게 왜 안 물러나느냐 물으니 장은 당신은 왜 물러나지 않느냐고 대꾸했다. 이후 장의 측근들에 대한 사정작업이 펼쳐진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2023년 7월 리위차오 등 로켓군 사령부가 쑥대밭이 됐고 9월엔 리상푸 국방부장이 날아갔다. 칼날은 서서히 장유샤를 겨냥하고 있었는데 이게 해가 바뀐 2024년부터 풍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중사오쥔의 자리 이동에 이어 장유샤의 측근에 대한 사정작업을 주도하던 먀오화와 허웨이둥 등이 오히려 숙청된 것이다. 장이 어떻게 되치기에 성공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1942년생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후더핑 등 원로들과 태자당, 홍이대(紅二代)의 도움을 받았다는 말이 무성할 뿐이다. 시진핑 권력 이상설은 군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당권도 조정을 받는 모양새다. 3월 31일 조직부장 리간제와 통전부장 스타이펑이 자리 바꿈을 했다. 조직부장은 인사를 담당하는 요직으로 2027년 21차 당 대회 때 누구를 올리고 내릴지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리간제는 시진핑의 칭화대학 동창 천시가 발탁한 시진핑 파벌 시자쥔(習家軍)의 대표적 인물이다. 반면 후진타오와 시진핑이 중앙당교 교장일 때 부교장으로 있던 스타이펑은 리커창 전 총리의 베이징대학 동창이다. 공청단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21차 당 대회 때 인사가 시자쥔이 아닌 보다 중립적 인사에 의해 이뤄지게 됐다고 볼 수 있다. 5월에도 시진핑 권력 이상설은 계속됐다.

달마다 열리는 정치국 회의가 5월에도 열렸을 터인데 아무런 보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호사가들은 이때 원로들이 정치국 회의에 개입했기에 보도하기가 불편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그러다 6말 7초에 걸쳐 시진핑 실각설이 퍼지기 시작한다. 마이클 플린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7일 소셜미디어 X에 중국에서의 리더십 변화를 주목하라고 쓴 것이다.

28일엔 미 외교관 출신의 그레고리 슬레이튼이 오는 8월 시진핑이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30일에는 중국 신화사가 당중앙결책(決策·정책결정) 의사협조기구가 설립된다고 알렸다. 과거 시진핑은 리커창의 국무원을 무력화하기 위해 의사협조기구에 해당하는 많은 소조(小組)를 만들고 자신이 소조 책임자가 됐다. 한데 이번 의사협조기구는 시진핑을 겨냥한 것이란 풀이가 많다.

원로들의 정치 참여를 허용하기 위한 것으로 시진핑의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견제하게 될 것이란 해석이다. 7월 1일엔 시진핑의 권력 약화로 비치는 또 하나의 정치국 위원 인사가 있었다. 2021년 12월 시진핑에 의해 신장위구르자치구 당서기로 발탁됐던 마싱루이가 물러났다. 대신 수리부(水利部) 출신으로 성장 과정이 후진타오나 원자바오와 많이 겹치는 천샤오장 통전부 부부장이 신장 당서기가 됐다.

20기 정치국 위원에 대한 두 번째 임기 중 인사인데 모두 시진핑 측근의 힘이 빠지게 된 경우다. 3일에는 인민일보 6면에 6000자 가까운 리커창 추모글이 실렸다. 2023년 사망한 그의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이었다. 당과 인민을 위해 한평생 분투한 삶을 그렸는데 시진핑 입장에선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니 시진핑 권력 이상설은 어느새 실각설로 이름을 바꿔 천리를 날게 됐다.

일각에선 8월 27일부터 30일 사이에 4중전회가 열릴 것이며 이때 시진핑의 진퇴가 결정될 것이라 예측한다. 완전 은퇴 또는 당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 중 일부를 내려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시진핑 실각설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실각설의 출처가 미덥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 미국이나 호주로 피신한 중국의 반체제 인사들이 소식통이다.

실각설 출처가 대부분 해외 반중 인사
그것도 중국 공산당과는 적대 관계인 파룬궁(法輪功) 운영의 온라인 미디어가 소문의 진앙 역할을 한다. 플린이나 슬레이튼 역시 중국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듣는다. 또 시진핑의 행보에 문제가 없다는 점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장시간 통화와 올해 벌써 세 차례나 이뤄진 해외 순방, 잦은 국내 시찰 등. 게다가 9월 3일 전승절(戰勝節) 때 시진핑의 연설이 예고돼 있는 등 권력 약화의 징후도 뚜렷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해외 체류 중인 평론가 덩위원은 시진핑이 세(勢)를 잃었다면 의전과 선전, 정책, 역사서술 등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데 아직 그런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시진핑=당(黨)’이라 시진핑에 반대하는 건 곧 반당(反黨) 행위가 되기에 공개적인 시진핑 반대가 어렵다는 거다. 한마디로 베이징은 태평하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시진핑 실각설을 둘러싸고 엇갈린 분석이 난무한다. 뭐가 맞나.

분명한 건 군내 시진핑의 측근이 잇따라 숙청됐고 당내 인맥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리커창 추모글이 인민일보 외 신화사 등 다른 중국 매체에 실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론 시진핑의 파워가 견제를 받지만 다른 한편으론 시진핑이 아직도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부터는 해석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필자가 보기에 시진핑 권력이 손상을 입은 건 맞다.

그의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 있다면 군과 당내 수족이 그렇게 당할 리는 없다. 관건은 타격을 받은 정도가 바로 실각이냐, 아니면 툭툭 털어낼 수준인가, 그도 아니면 연착륙 수순을 밟아야 될 상황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로 봐선 오늘내일 그만두는 실각은 아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이후 시진핑에 대한 중국 인민의 지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시진핑의 이미지 추락은 당의 권위를 해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갈 형편도 아니다. 결국 소프트 랜딩으로 타협할 공산이 크다. 건강상 문제로 4연임은 무리라는 논리 하에 퇴진을 전제로 후계 구도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플린은 차기 총서기와 총리에 시진핑 인맥인 딩쉐샹 상무 부총리와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 중앙군사위 주석 후보로 장유샤를 꼽는 듯한 사진을 올렸다.

아울러 공청단 파벌의 후춘화 정협 부주석이 최근 보폭을 넓히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일각에선 왕양 전 정협 주석을 차기 총서기로 꼽기도 한다. 중국은 곧 7월 말과 8월 초에 걸쳐 여름 정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 들어간다. 이어 4중전회 때 시진핑 거취의 윤곽이 드러날 공산이 크다. 포스트 시진핑 시대를 생각해봐야 하는 시기가 성큼 다가서고 있다.





유상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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