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이자 유명 팟캐스터인 조 로건은 최근 청취자 2000만명에게 "남성이 젊어지는 데 도움이 된다"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홍보했다. 배우 겸 팟캐스터인 댁스 셰퍼드도 "강력한 테스토스테론 주사 덕분에 근육 24파운드(약 10㎏)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평소 백신에 회의적이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부 장관도 노화 방지용이라며 이 주사를 맞았다고 밝혔다. '몸짱'을 꿈꾸며 주사 맞는 장면을 SNS에 올리는 유튜버들도 생겨났다.
이처럼 미국에서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는 남성이 급증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미국에서 테스토스테론 처방 건수는 2019년 730만 건에서 지난해 1100만 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텍사스에선 지난해 4분기에만 2021년 한 해보다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 처방전이 작성됐다. 화이자는 최근 수요 증가로 인해 테스토스테론 공급이 달린다고 밝혔다.
조지아주(州), 텍사스주 등 미국 전역에서 남성을 대상으로 테스토스테론 대체 요법(TRT) 전문 클리닉이 늘고 있다. TRT는 남성에게 외부에서 약물을 주입해 테스토스테론을 끌어올리는 치료법이다.
클리닉에선 TRT 치료로 수면의 질이 개선되고 성욕이 높아지며 피로·우울증 퇴치, 체지방 감소효과가 있다고 홍보한다.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베일러의대 소속 모히트 케라 박사는 매체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의 92%가 우울증이 있다"고 짚었다.
대표 사례가 조지아주 애틀랜타 벅헤드에 있는 '게임데이 맨즈 헬스 클리닉'이다. 지난해 4월 50호점을 열었는데, 이후 14개월간 미국 내 매장을 325곳 더 열만큼 인기가 뜨겁다.
이 클리닉에서는 간호사가 혈액 검사를 통해 남성 호르몬 수치가 정상인지 확인한다. 만약 수치가 낮으면 주사 처방이 나온다. 친구를 데려오면 다음번 주사를 맞을 때 50달러(약 6만8900원) 할인혜택을 받는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당뇨·비만 등에 시달리는 미국 남성이 늘면서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과거 수십 년 전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장년 남성이 치료 목적으로 주사를 맞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엔 35세 미만도 주사를 맞는다고 매체는 짚었다.
일부 클리닉에선 호르몬 수치를 확인하지 않고 환자가 원하면 주사를 놓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 비뇨기과 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 주사를 맞은 사람의 25%는 테스토스테론 수치 검사를 받지 않고 주사를 맞았다. 이 주사를 맞은 사람 중 3분의 1은 실제론 테스토스테론 결핍이 아니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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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 위험 증가" 부작용
문제는 남성 호르몬 수치가 낮지 않은데도 TRT 치료를 하면 도리어 위험하다는 점이다. 매체는 "다른 호르몬을 함께 투여하지 않으면 테스토스테론 주사가 오히려 정자 수를 감소시켜 불임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있다"고 짚었다. 남성 호르몬을 외부에서 공급받으면 신체 내부에서 정자 생성 촉진 호르몬이 도리어 차단되기 때문이다. 전립선암, 심부전 등이 있어도 이 주사를 맞으면 위험할 수 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남성 호르몬 주사 부작용으로 ▶고혈압▶혈전▶여드름·피부 유분 증가▶발목 부종▶유방 비대증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