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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어서대피'의 힘…역대급 폭우에도 경북 피해 적었던 이유

중앙일보

2025.07.19 18:30 2025.07.1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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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마을에서 마을순찰대가 주민 대피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나흘간 쏟아진 집중호우에도 경북 지역은 폭우 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초 초대형 산불 피해가 난 지역에서는 별다른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괴물 산불’은 경북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지자체에 축구장 약 13만9060개에 해당하는 9만9289㏊ 면적을 휩쓸었다.

당시 2246세대, 3587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주택 3819동, 농기계 1만7265대, 농·축·어업시설 1953곳, 어선 31척, 공공시설 700여 곳 이상이 소실되는 등 1조 505억원의 피해를 남겼다. 복구비는 국비 1조 1810억원과 지방비 6500억원을 더한 총 1조 83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사태 위험 높은 산불 피해 지역

산불로 산림이 파괴된 상황에서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산사태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만큼 경북도는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2차 장마에 바짝 긴장했다. 산불 피해지역의 산림이 불타면 흙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숲이 사라지고 땅에 빗물이 잘 흡수되지 않아 지표면으로 빗물이 빠르게 흘러 많은 양의 흙을 쓸고 내려가게 된다.
지난 18일 경북 청도군 청도읍 구미리 주민이 전날 집중호우 때 쏟아진 토사에 파묻힌 농기계를 씻고 있다. 뉴스1

하지만 20일 경북도에 따르면 최근 쏟아진 폭우에도 초대형 산불 피해 지역을 비롯한 경북 지역에서는 산사태나 침수 등 우려했던 피해가 적었다. 고령과 의성에서 고립된 주민 3명이 구조됐고 청도와 고령에서는 저수지 제방과 도로가 유실됐다. 포항·경주·영천·청도·고령·성주 등 6개 시·군 농작물과 농경지 40.6㏊가 침수됐다.

호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경북 전역에 구성된 ‘마을순찰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북도는 지난해 5월부터 도내 5189개 마을에 지역 공무원과 주민이 마을을 지키고 위험시 대피하는 마을순찰대를 구성했다. 마을순찰대는 각 읍·면 단위로 편성돼 마을 단위 위험 요소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경북도는 이번 장마 기간 중 전 시·군에 기존에 마련한 재난 대응 체계인 마을순찰대를 전면 가동하고, 산불 피해지와 산사태 고위험 지역에 대해서는 경북형 대피시스템인 ‘마어서대피 프로젝트’에 따라 즉각적인 주민 대피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마어서대피 프로젝트’는 ‘마을순찰대와 함께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안전한 대피소로’라는 뜻이다. 모두 10개 시·군에서 395가구 547명이 경로당,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지난 1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다목적홀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민선 8기 3주년을 맞아 경북 도정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마어서대피 프로젝트’ 가동 대비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차 장마가 본격화하자 지난 16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과잉 대응 원칙’ 특별 지시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재난 상황에서 공무원 본연 역할은 첫째도, 둘째도 주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전 시·군의 행정력과 함께 마을순찰대가 마을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만큼 주도적으로 위험지역 주민을 설득해 사전에 대피를 완료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지난 16일 0시부터 19일 오후 9시까지 경북 지역의 평균 강수량은 147.9㎜로 집계됐다. 청도군이 320.3㎜로 가장 많았고 고령 286.4㎜, 경산 247.9㎜, 영천 206.3㎜, 경주 175.5㎜, 칠곡 162.9㎜로 나타났다.




김정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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