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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위스키·지드래곤 하이볼…'셀럽 술'에 편의점 도는 MZ

중앙일보

2025.08.11 13:00 2025.08.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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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20대 직장인 서모씨는 요즘 ‘셀럽 술’을 사서 마시는 재미에 푹 빠졌다. 서씨는 “유명인의 이름을 내건 술은 호기심을 자극한다”며 “편의점마다 파는 술 종류가 달라 투어를 다닐 정도”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의 ‘셀럽 술’ 출시 경쟁이 뜨겁다. 최근 편의점들은 앞다퉈 유명인들과 손잡고 신상 주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술 자체보다 새롭고, 다양한 술을 마셔보는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공략해 주류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팬덤 소비 트렌드까지 더해져 이들 술은 출시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리는 경우가 많다.

가수 지드래곤. 뉴스1
가수 지드래곤이 참여한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 사진 CU

20~30대는 편의점 신상 술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11일 편의점 CU와 GS25에 따르면 인기 주류 하이볼의 올 1~7월 매출 70% 이상이 20~30대에서 나왔다. 롯데멤버스가 지난해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신상·인기 술을 먹어보는 편'이라거나 '다양한 주종의 술을 먹는 편'이란 20~30대의 응답률이 각각 50% 이상이었다. 음주 문화도 달라졌다. 전체 응답자 중 77.4%가 '술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만 마신다'고 답했으나 '취하려고 마신다'는 응답률은 36.4%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20~30대는 편의점 최신 주류 트렌드를 이끄는 주소비층"이라며 "이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선 우리 편의점에서만 살 수 있는 차별화된 술이 필요한데 소비자 반응이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하는 게 바로 셀럽과의 컬래버(협업)"라고 말했다.

혼술·홈술 문화의 영향으로 편의점은 이미 주류 구입처로 자리 잡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공개한 '2023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성인 남녀 2032명 중 82.2%가 꼽은 '인기 있는 주류 트렌드' 1위는 '편의점 구입'이었다. 서울의 한 편의점 점주는 "이제 주류는 집객 효과와 1인당 구매 단가를 높이는 편의점 대표 상품"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현재 편의점 4사에서 판매 중인 '셀럽 술'은 20여 종에 달한다. 주로 편의점이 제조사·유명인과 기획·개발하는 방식으로 출시된다. '박재범 소주' '김보성 소주'처럼 일부 주종에 편중된 과거와 달리 요즘 트렌드에 맞게 다양한 주종이 나오고 있다.

CU가 가수 지드래곤과 지난 4월부터 출시한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 3종은 지금까지 1000만 캔 넘게 팔렸다. 안성재 셰프가 시음에 참여한 GS25의 '소비뇽레몬블랑 하이볼'은 출시 2주 만에 30만 개 넘게 팔렸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1일 와인병에 배우 하정우의 그림이 담긴 '마키키 쇼비뇽블랑'을 내놨는데, 지난달 말 한 점포에서 선출시 15분 만에 완판됐다.

안성재 셰프. 뉴스1
안성재 셰프가 참여한 '소비뇽레몬블랑하이볼'. 사진 GS25

하정우 와인 '마키키 쇼비뇽블랑'. 사진 세븐일레븐

편의점들은 술집·식당과도 손잡고 있다. GS25는 가성비 술집 '양조장사장님이 미쳤어요'와 함께 1800원짜리 하이볼을, 이마트24는 미쉐린 1스타 한식당 '윤서울'과 전통주 '들기름 생주'를 최근 각각 내놨다.

그러나 일각에선 셀럽 등에게 돌아가는 돈이 술 가격을 높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셀렙에게 계약금이나 로열티, 러닝 개런티 등을 지급하는데 일부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셀럽 술'들은 비슷한 종류, 같은 용량의 술보다 적게는 몇백 원에서 많게는 몇천 원 비싸다.

또 일부 술은 셀럽의 참여 정도가 적어 '과대 광고' 논란이 일거나, 품질이 소비자 기대에 못미쳐 '반짝 인기'에 그치기도 한다. 11일 이마트24는 걸그룹 스테이씨의 하이볼 2종 중 1종의 일부 상품에서 캔 팽창에 따른 누수 현상이 발생하자 전 상품 회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양한 컬래버 술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진정성 있게 협업하고, 품질 관리와 부담없는 가격이 보장돼야 롱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선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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