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이치로의 미국 시애틀 집도 털렸다. 20대 흑인 강도가 침입해 고가의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2월이다. 그러나 세상에 알려진 것은 최근이다. 용의자가 다른 범죄 혐의로 체포, 기소되면서 일단의 행각이 드러난 것이다.
이달 초 시애틀 지역의 악명 높은 연쇄 강도가 법원에 기소됐다. 혐의 내용은 1급 침입, 1급 강도 등 10건 이상의 중범죄 혐의가 적용됐다. 용의자는 패트릭 메조넷(29)이라는 흑인 남성이다.
기소 내용에 따르면 메조넷은 몇 년에 걸쳐 여러 건의 강도를 저질렀다.
범죄의 표적이 된 것은 유명인들이다. MLB 시애틀 매리너스의 투수 루이스 미겔 카스티요, , NFL(풋볼) 시애틀 시호크스의 코너백 리처드 셔먼, 래퍼 맥클모어 등이 피해를 당했다. 시애틀 출신인 LA 다저스의 투수 블레이크 스넬의 고향집도 털렸다.
수법은 이미 잘 알려졌다. 일정과 동선이 투명한 스타들의 빈집에 침입해, 현금이나 고가의 귀중품을 싹쓸이하는 식이다.
시애틀 최고의 유명 스타인 이치로의 집이 빠질 리 없다.
공소장에 따르면 범행은 올해 2월 9일에 이뤄졌다. 당시 이치로는 없었지만, 부인(후쿠시마 유미코, 59세)과 반려견이 침실에 있었다.
낯선 사람의 침입을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반려견이었다. 갑자기 개가 짖기 시작하자, 이치로 부인은 보안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통해 주방 쪽 출입문이 부서진 것을 확인했다.
급히 도움을 요청하려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웬일인지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았다. 용의자가 범행 때 와이파이를 방해하는 장비를 사용할 정도로 용의주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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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침실 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극이 벌어졌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문을 밀면서 막았다. 틈 사이로는 용의자 얼굴에 페퍼 스프레이를 발사했다. 곰을 퇴치할 때 쓰는 강력한 OC 페퍼 스프레이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911(한국의 112+119)에 전화하겠다”라고 소리쳤다.
뜻밖의 저항에 마주친 침입자는 결국 도망치고 말았다. 당시 경찰에 신고된 피해액은 1만 9000달러(약 2600만 원) 상당이었다.
용의자 메조넷은 지난 8월 시애틀 인근 렌턴의 보석상에서 또다른 범행을 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현재 200만 달러(약 27억 원)의 보석금이 책정된 채 구금된 상태다.
조사를 통해 그는 다수의 연쇄 절도사건과 연관돼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스넬은 7만 5000달러(약 1억 원) 짜리 롤렉스 시계를 잃어버렸다. NFL 스타 리처드 셔먼은 우승 반지를 도난당했는데, 후에 한 보석상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법원에 제출된 증거 목록에는 메조넷과 공범의 통화와 문자 내역이 있다. 그중 “그 녀석이 지금 덕아웃에 있다”, “혼자 게임 다 말아먹고 있네” 같은 대화도 포함됐다. 이는 범행 대상이 현재 경기장에 있으니, 안심하고 빈집에 침입하라는 신호였다.
미 전역에는 이런 식의 빈집털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포츠 스타나 유명인, 특히 아시아계는 가장 취약한 표적이다. 고가의 장신구가 많은 반면, (경기장 등) 소재가 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저스의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지난 7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자신은 신시내티로 원정을 떠난 동안 LA 집에 도둑 3명이 침입한 것이다. 다행히 지인이 머물고 있어, 불상사는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