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유서 17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지 1년. 유족 측은 여전히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지난 15일 유튜브 채널 BBC News 코리아는 “오요안나 사망 1주기: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의 현실, 무엇이 달라졌나”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 속에서 고인의 어머니는 딸의 1주기를 맞아 다시 MBC 사옥을 찾아 “딸을 잃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 현실에 단식을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여전히 딸이 방송을 위해 준비해둔 원피스와 구두를 버리지 못한다며, 생활고와 불안정한 고용 속에서도 일자리를 지키려 했던 딸의 모습을 떠올렸다.
특히 유족이 이날 공개한 음성 파일은 충격적이었다. 고인은 생전 선배들로부터 “네가 얼마나 잘 났냐”는 폭언을 들었으며, 지인들은 방송사 분위기를 “일진놀이하는 판 같다”고 증언했다. 오요안나는 어머니에게 “내가 그렇게 최악이냐고, 내가 주변 사람들한테 너무 건방지게 한다는 거야. 그것에 대해 무조건 내 탓을 하라고 한다”며 눈물로 토로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진]OSEN DB.
녹취록에는 실명으로 지목된 선배들의 목소리도 담겨 있었다. 한 선배는 “네가 그렇게 잘났냐? 선배가 네 친구냐. 너 나랑 전화로 말싸움 할래? 네가 나한테 죄송했어야지”라고 몰아세웠고, 또 다른 선배는 “여긴 질이 안 좋아. 일진놀이하는 판이야. 장단 잘 맞춰야 살아남는다. 안 그러면 자멸한다”라며 조직 문화를 설명했다.
고인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 이후에도 또 다른 공격에 시달렸다. 선배들이 “네가 ‘유퀴즈’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냐”, “네까짓 게 1년도 안 된 네가 왜 우리 MBC 대표냐”며 공개적으로 소리를 질렀다는 증언도 추가됐다.
2021년부터 MBC 기상캐스터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14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비보 자체가 3개월 뒤에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해 유족 측은 오요안나가 선배 기상캐스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정신과 10여 군데에서 상담 치료까지 받았고 17장의 유서를 남겼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5월 ‘뉴스데스크’를 통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는 판단을 인정한다. 유족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며 ‘상생협력 담당관’ 신설, 프리랜서 문제 신고 시스템 도입 등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사진]OSEN DB.
그럼에도 오요안나의 어머니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안나를 죽게 한 선배들과 MBC의 행동이 생각하면 너무 끔찍했다. 뻔뻔하고 야비한 모습에 절망스러웠다. 젊은 여성의 피를 뽑아서, 뼈를 갈아서 방송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닌 ‘프리랜서 구조의 모순’으로 지적했다. 기상캐스터들이 사실상 정규직처럼 근무하면서도 법적·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과도한 경쟁과 불안정 속에 놓여 있었다는 것.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MBC는 같은 날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직 채용 형태의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MBC 기상캐스터 금채림, 이현승, 김가영은 고인의 1주기를 추모한는 마음을 담아 검은색 계열의 의상을 입고 예보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