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등장은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이제 대학은 단순한 지식 전달자에 머무르지 않고, AI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 앵커 기관(Anchor Institution)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필자는 최근 박사과정을 보냈던 미국 조지아공대를 방문해 애틀랜타 도심에 조성된 ‘테크스퀘어’를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테크스퀘어는 대학이 어떻게 도시 혁신을 이끌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였다. 이곳에는 슈퍼 컴퓨팅 시설, 공동연구소, 스타트업과 민간 연구소가 집적된 ‘CODA’ 빌딩, 연구 중심의 TSRB(테크스퀘어연구빌딩), 그리고 온라인 학위와 평생교육을 제공하는 글로벌 러닝센터가 있다.
주 정부와 시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 인프라 투자, 세제 혜택은 물론 동문들의 막대한 기부와 발전기금이 인프라 구축과 연구·학습 환경을 확장하는 재정적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대학·도시·산업이 긴밀하게 협력하며 연구 성과를 산업, 창업, 평생교육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혁신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우리 대학의 현실은 아주 다르다. 16년째 동결된 등록금과 정부의 부족한 지원은 대학 발전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다. 특히 기업의 협력이 미흡하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우수 학생을 유치할 수 있을 때만 대학을 지원한다. 조지아공대 총장이 말했듯 “기업이 대학에 지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의 경쟁력 때문”이며, 기업이 대학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신뢰할 때만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진다.
이제 대학은 단순히 혁신하는 것을 넘어, 미래 사회를 개혁하고 이끄는 주체자로서 역할을 공고히 해야 한다. 미래 사회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학은 단순한 혁신을 넘어 ‘변모’해야 한다. 대학은 창의적인 시도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미래 사회의 난제를 해결하는 전략이 실험되는 열린 공간이 돼야 한다. 대학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시도된 성공적인 실험은 향후 국가 정책으로 시행될 때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토대가 된다.
대한민국은 2~3시간이면 전국을 오갈 수 있는 작은 나라이지만,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은 여전하다. AI 시대에 대학이 진정한 앵커 기관으로 거듭나려면 대학의 과감한 변모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변화를 기반으로 정부, 지자체, 기업의 꾸준한 지원과 협력이 뒷받침될 때 국가 및 지역사회가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