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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여론몰이 수사→조희대 사냥…국힘 "與, 또 정치공작"

중앙일보

2025.09.18 01:33 2025.09.18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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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개입 회동’ 의혹을 키우며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연일 압박하자 국민의힘이 “제2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의 정치 공작”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의혹 제기를 ‘사냥’에 비유하며 “누군가 제보를 들먹이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자기들끼리 만든 녹취를 들이밀면 대통령과 총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화들짝 놀란 척한다”며 “그리고 ‘개딸’이 달라붙고 좌표를 찍고 여론몰이 수사가 시작되며, 사냥이 끝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최종 목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영구 집권하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일당 독재, 총통 국가 건설이 분명하다”며 “오히려 진짜 수사가 필요한 것은 지라시(사설 정보지)에 의한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전매 특허인 가짜뉴스와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정치 공작을 시사한 것”이라며 “면책 특권에 숨어 대정부질문 시간을 가짜뉴스 전파의 장으로 악용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독일 나치 정권이 그런 방식으로 히틀러 총통 시대를 열었는데, 이재명 정권도 독재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직격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반대파를 처단하는 과정에서 항상 날조된 제보자가 등장하고, 날조된 주장을 바탕으로 무리 지어 공격하고, 결국은 (대상자의) 신뢰를 훼손시켰다”며 “과거의 김대업 (병풍) 사건,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한 생태탕 사건, 청담동 첼리스트 술자리가 모두 다 사실무근으로 드러나지 않았나”라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대법원을 상대로 정치 공세를 취하는 건 1987년 민주화 이후에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며 “사법부나 다른 부처를 (이재명 정부가) 자기 통제권 안에 두기 위해 정치 공작적으로 접근을 한다면 큰 코를 다친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김건희 특검팀의 국민의힘 당원명부 압수수색 시도에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이번 의혹은 지난 5월 10일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가 “익명의 녹취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불거졌다. 조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사흘 후인 지난 4월 7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충식(김건희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 측근)씨 등과 오찬 회동을 갖고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고 말했다는 게 이들이 주장하는 의혹의 골자다.

대선 때인 지난 5월 14일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의혹을 꺼내긴 했지만 당시 큰 논란으로 번지진 않았고, 이후 수면 아래 잠겨 있었다. 그러다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부승찬 의원이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하며 의혹은 급속도로 확산했다. 부 의원은 당시 대정부질문에서 “대법원장 스스로가 사법부의 독립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을 넘어서 내란을 옹호하고, 한덕수에게 정권을 이양할 목적으로 대선판에 뛰어든 희대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조 대법원장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내고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회동 참석자로 지명된 다른 인사들도 “회의나 식사를 한 적이 없다”(한 전 총리), “전혀 사실 무근”(정 전 총장)이라고 의혹을 반박했다.

한덕수 전 총리가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던 김의겸 의원이 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은 결정적 단서인 ‘스모킹 건’도 없이 친여 유튜브에서 시작한 의혹 제기를 민주당이 받아서 확산하는 상황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당사자인 한동훈 전 대표도 가세했다.

한 전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이번 대법원장 숙청 시도는 ‘청담동 술자리2’”라며 “극단적 친민주당 유튜버의 가짜뉴스를 민주당이 국회에서 터트리는 구조가 지난 청담동 술자리 공작 때와 똑같다”고 썼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그 망신을 당하고도 반성 안 하고 또 이런다. 이번엔 뭘 걸 건가. 또 비겁하게 도망갈 건가”라고 말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한 전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2년 7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함께 서울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이다. 그해 10월 김의겸 당시 민주당 의원(현 새만금개발청장)이 유튜브에서 제기된 의혹을 받아 국회에서 발언하며 논란이 확산했었다. 이후 경찰 수사와 법원 재판 과정에서 허위 사실로 판정됐고,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은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김 전 의원이 한 전 대표에게 8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 재판을 담당하는 지귀연 부장판사를 상대로도 결정적 증거도 없이 ‘술접대 의혹’을 폭로했다가 결국 흐지부지됐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의혹 제기”라고 비판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민주당이 친여 유튜브와 손잡고 정치 공작을 작업하지만 결국 허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18일 “서영교·부승찬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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