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를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방한 중인 샌델 교수를 접견하고 “아주 오래전부터 대한민국 국민이 아주 좋아하는 학자”라며 “교수님이 말씀한 정의로운 사회와 평화 배당 같은 개념도 대한민국 국민에게 아주 각별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이 말로는 쉽지만 현실에서는 매우 어렵다”며 “전 세계가 정치적 혼란을 많이 겪고 있고 극우의 발호로 사회적 안전성도 저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어려운 과정을 겪기는 했지만, 빛의 혁명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민주적인 사회, 연대의 공동체를 현실에서 만들어가는 모범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교과서상에서 ‘민주주의’라고 하면 아테네를 떠올리는데, 많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대한민국 서울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도 평화 체제가 구축돼 국민 모두 평화 배당을 얻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며 “평화가 비용과 손실이 아닌 현실적 이익이라는 점도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샌델 교수는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뿐 아니라 많은 주변 국가의 양극화가 해결된다면 그 또한 민주주의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사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이라며 “민주주의나 정의, 평화가 일상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가치나 이념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현실적인 이익이라는 점을 생각하기 어렵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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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델 “공장 짓던 한국인 범죄자 취급, 트럼프 2기 최악의 모습”
샌델 교수는 ‘2025 국제한반도포럼(GKF)’ 기조 강연차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의 수호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당시 한국에 있었던 혁명의 불길에 큰 감명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해방 이후 80년간 경제, 민주주의, 문화에서 대단한 성취를 거뒀다”며 “그 중 가장 불안정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이 바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는 미국의 상황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미국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현상”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각국의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나타난 여러 사례를 열거하면서 “그중에서도 최악의, 가장 우려되는 모습은 요원들을 대거 풀어서 외국인을 추방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려다 범죄자 취급을 당한 한국인 인력 수백명도 그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는 한미 양국의 민주주의 위기 배경으로 ‘초양극화’를 꼽았다. 그는 “세계화를 통해 창출된 부가 상위 20%에 집중되며 중산층 소득은 정체됐고 하위 20%는 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며 “이로 인한 초양극화는 민주주의 사회 내 최소한의 공존조차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내 친트럼프 활동가 찰리 커크 피살 사건이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의 법원 공격 사태를 사례로 언급했다.
아울러 샌델 교수는 “한국 사회가 북한과 어떤 종류의 공존을 선택할 것인지 대화하려면 정치적 양극화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