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더불어민주당이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특검)이 수사해 기소한 사건의 1·2심 재판을 법원 내 특정 법관이 전담해 재판하도록 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결국 발의했다. 당초 법조계와 야권의 우려가 모였던 법관 추천위원회 구성에 국회가 관여한다는 내용은 빠졌지만, 법무부가 담당 판사 추천위원회 구성에 참여하는 등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위원장 전현희)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법안은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과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 각 특검별로 3개씩 총 6개의 전담재판부를 새로 설치하는 내용이 골자다. 각 재판부 당 3명의 판사를 배치하는데, 해당 판사는 ‘전담재판부 후보 추천위원회’가 사실상 결정한다.
추천위는 법무부(1명)·법원 판사회의(4명)·대한변호사협회(4명)가 뽑은 위원 9인으로 구성한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위헌 소지를 완전히 차단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삼권분립에 위배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어 국회를 법관 추천에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박찬대 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115명이 공동 발의했던 ‘내란특별법’에선 추천위 구성에 국회가 참여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가 법관 추천 과정에 개입하는 건 “선수가 심판을 보게 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수사와 기소를 지휘하는 법무부가 재판부를 정한다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 위반”이라며 “법무부도 집권 세력이라는 본질은 같은 만큼 공정한 재판을 위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모두 어긋난다”고 말했다.
학계의 우려도 비슷하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국회(입법권)가 하는 건 안 되고 법무부(행정권)가 하는 건 괜찮다는 건 말이 안된다.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미 재판부를 구성한 상황에서 새 전담 재판부를 만든다는 건 기존 재판부를 교체하겠다는 뜻인데, 이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고 헌법을 무시하는 행위”라고도 했다.
그러나 전현희 위원장은 “(법원의) ‘무작위 배당 원칙’ 규정 자체가 법률에 없고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위한 (법원) 내부 지침에 의한 것”이라며 “헌법 101조에 따르면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어 전담재판부 설치에는 아무 위헌 소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를 두고 “그게 무슨 위헌인가”라고 언급한 뒤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복하는 논리다.
이번 법안엔 재판 절차·기한 등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과 다른 특례를 규정했다. 대법원장이 추천위가 후보를 추천한 날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판사를 임명해야 하고, 1심은 공소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항소심과 상고심은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했다.
재판 과정의 녹음·녹화·촬영을 허용하는 ‘재판 중계 의무화’ 조항, 판결문에 판사 3인 전원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명시한 조항을 두고서는 법조계가 “판사에게 눈치를 줘 겁박하는 조항”(판사 출신 변호사)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법안에는 내란·외환죄를 범한 경우 형법상 정상참작 감경을 적용받지 못하게 하고,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후에는 사면·감형·복권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헌법(79조)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특위 측은 “사면권 자체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사면받을 대상자의 자격을 규정한 것”이라고 대응 중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문을 낭독했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8일 페이스북에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위헌)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 이의에 따라 헌재가 (재판부 설치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글을 올렸다.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법부 판결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지만 사법부 권한은 헌법에서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 상에 있는 지적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일단 “당론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연일 조희대 대법원을 거칠게 공격하고 있어 곧 당 차원의 입법 드라이브가 걸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