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최종 관세 협상 타결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 대미 강경론이 분출하고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선진 외교를 위한 초당적 포럼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외교 상황 전반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최자인 윤후덕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최형두·김건·인요한 의원, 민주당 추미애·황희·강선우·이용선·홍기원·이병진·이재강 의원 등이 조찬 간담회를 찾았다.
이날 간담회에선 ‘대미 관세 협상’, ‘미국 조지아주(州) 한국인 구금 사태’ 등이 화두였다. 이와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한 민주당 의원은 “‘기존 관세 협상 안을 그대로 받으면 우리 국가 경제가 무너진다. 국익의 관점에서 철저히 판을 깨는 수준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이 5500억 달러(약 759조원) 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등 불평등한 합의를 해버렸는데, 한국은 절대 일본식으로 합의해선 안 된다’는 논의도 오갔다”고 덧붙였다.
이에 위 실장은 “한국과 일본은 조건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조건을 수용하는 식의 합의는 없을 거다. 치열하게 협상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앞선 7월 한·미는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대신 한국이 총 3500억 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3500억 달러 투자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투자 수익은 어떻게 배분할지 등을 놓고 양국의 이견이 커 최종 협정서에 서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간담회에선 “외교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오랫동안 공관장 자리를 비워두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제정세가 급박히 돌아가는데 지금처럼 인사를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있었고, 위 실장은 ‘잘 참고하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미 관세 협상을 둘러싸고 민주당은 미국 정부로, 국민의힘은 한국 정부로 화살을 돌린 셈이다.
민주당은 최근 미국을 향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소속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관세 부과 강화는) 자유무역의 원칙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조치”라며 “불합리한 관세 부과를 멈춰 달라. 동맹국에 합당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1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우리가 미국의 속국인가. 한국은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외환보유고도 적은데, 35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받아들이면 97년 외환위기 상황이 또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냐”며 미국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재명 대통령도 18일 공개된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3500억 달러 펀드 등) 미국의 요구에 동의했다면 탄핵 당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미국 협상팀에 합리적 대안을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여권에서 대미 강경론이 분출하는 배경엔 여론의 지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5∼17일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18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체포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처와 관련해선 '잘 대처했다' 51%, '잘못 대처했다' 35%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조지아주 구금 상태와 관련해 “조지아 구금 사태는 무너진 공직기강과 무사안일 행정이 초래한 인재다. 하루빨리 공직기강부터 제도까지 모든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부처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