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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혈액 진단’ 美바이오기업 투자…AI 헬스케어 드라이브

중앙일보

2025.10.1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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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삼성이 혈액 검사만으로 암을 발견하는 분석 기술을 보유한 생명공학 기업에 투자한다. 인공지능(AI) 초음파 진단, DNA 분석 장비,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에 이은 이번 투자로, 삼성의 메드테크(med-tech, 의료기기와 기술의 결합) 사업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됐다.

16일(현시시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약 1억1000만달러(약 155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레일은 AI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혈액 내 DNA 조각으로 암 발병 여부와 암 발생 장기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2021년에 단 한 번의 혈액검사로 50여종의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갤러리(Galleri)’ 검사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재까지 누적된 검사 실적은 약 40만 건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그레일 로고. 사진 삼성전자
삼성물산은 이번 투자로 한국에서 갤러리 검사를 독점 유통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갤러리는 현재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와 함께 대규모 임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중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위한 신청 절차도 밟을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2021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조성해 생명과학 분야의 신기술 발굴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레일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갤럭시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와 삼성헬스 앱 등 플랫폼을 결합한 ‘커넥티드 케어’에서 사용자의 건강 관리 정확도를 높이고 질병 예방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박헌수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 헬스팀장은 “삼성전자의 디지털 헬스 플랫폼에 그레일의 임상 유전자 데이터와 기술력을 접목해 개인화된 디지털 헬스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의료 분야의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는 삼성전자의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앞서 이건희 선대회장은 2010년에 5대 신수종(新樹種) 사업으로 ‘의료 기기’를 제시했지만 GE, 지멘스, 필립스 등 글로벌 강자가 장악한 시장을 뚫지 못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정보기술(IT) 기기와 AI를 결합한 헬스케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마련됐다.
갤럭시워치4로 체성분 측정을 하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는 4대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메드테크를 내세우며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프랑스의 AI 초음파 분석 스타트업인 ‘소니오’를 인수하고 7월에는 미국 DNA 분석 장비 기업인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에 투자했다.

올해 7월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인 ‘젤스’를 인수하면서 모바일 기기로 수집한 건강 데이터를 병원과 연계해 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인수 직후 젤스 최고경영자(CEO) 겸 창업자인 마이클 멕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과 애플이 헬스케어 경쟁을 하면서 IT 기기 제품들도 점점 더 의료기기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삼성은 모바일 기기뿐 아니라 TV·냉장고 등 가전제품에도 헬스케어 기능을 넣어 집안 전체가 건강을 지원하는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올해 2667억8000만달러에서 매년 21.2%씩 성장해 2032년에는 1조254억8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GII 측은 “예방적 의료와 환자 중심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채택이 빨라지고 있다”며 “가상 진료 플랫폼, 웨어러블 기기 등의 툴은 개인에 최적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 비용을 절감하는 등 혁신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이가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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