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일 북한의 남한을 향한 적대적 표현에 대해 “북측이 여러 계기에 적대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끝이다,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변화의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하나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국제미디어센터(IMC)에 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히며 “저는 과거보다 (북한의) 표현의 강도가 매우 많이 완화된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한국 정부의 선제적 조치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비록 북측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의심하고, 화내고, 적대적으로 행동하고 있지만, 이 의심과 대결적 사고를 바꾸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선제적으로 북측이 안심하고 조금이라도 남측을 믿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들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언급한 이 대통령은 “억지력과 대화, 타협, 설득 그리고 공존과 번영의 희망이 있어야 비로소 평화와 안정이 가능해진다”며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평화를 만드는 게 가장 확고한 안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러시아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의 역할”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과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 대해 “아주 좋은 느낌을 받았다. 걱정이 다 사라졌다”며 “앞으로 한·일관계는 잘 협력해서 지금보다 훨씬 나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일본 기자가 ‘한국 언론에서 다카이치 총리에 극우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한 데 대해선 “일본 언론도 대한민국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극좌인데’, ‘걱정되는데’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며 “직접 만나 뵙고 상당한 시간 대화를 나눠보니 똑같은 생각을 가진 아주 훌륭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다카이치 총리와) 자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셔틀외교 정신’ 상 다음은 제가 일본을 방문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으로 가자고 했고, 본인도 흔쾌히 좋아했다”고 전했다.
중국 기자가 한·중 관계를 묻자 이 대통령은 “외형적으로는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거나 회복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단순한 관계 회복을 넘어서 서로에게 도움 되는 협력의 길을 다시 찾아가야 한다”며 “실질적 관계 회복, 실질적 협력 강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중국과 가장 협력이 필요한 분야로는 “경제 분야”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미국도 중국과 경쟁하고 갈등하며 적대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에선 협력하고 거래하고 지원하고 있다”며 “대한민국과 중국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 서로 깊이 의지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외부의 작은 장애들이 있더라도 그 장애를 넘어서서 더 큰 이익과 변화를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APEC 기간 몇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문화 공연을 관람하다가 (드론) 나비가 날아다녔는데 모터 소리로 시끄러웠다”며 “시 주석에게 내년에는 소리가 나지 않는 진짜 나비를 만들어 날리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시 주석이 ‘노래하는 나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내년 의장국 자격으로 광둥 선전에서 APEC 정상회의를 연다. 이 대통령은 “이 말씀을 드린 이유는 ‘연결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APEC은 지금까지 성과를 바탕으로 나은 미래를 만드는 기구”라고 말했다.
이번 APEC의 성과로 이 대통령은 ▶경주선언 ▶인공지능 공동 비전을 담은 ‘APEC 인공지능(AI) 이니셔티브’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 채택을 꼽았다. 이 대통령의 “경주선언은 아시는 것처럼 오늘 아침 최종 선언 완성되었다”며 “문안 정리에 이견이 있었고 그 점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가장 이견이 컸던 쟁점으로 ‘무역과 투자에 관한 챕터를 둘지 여부’를 꼽으며 “그러나 원만하게 합의가 되어서 의견들을 모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APEC 준비 과정과 관련해 “교통 문제가 매우 걱정됐는데 교통 문제도 큰 문제 없이 잘 처리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공을 APEC 준비위원장을 맡은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돌렸다. 이 대통령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여기를 10번 왔다고 한다”며 “(APEC 성공 개최는) 혹여 있을 수 있는 경호나 안전, 통신, 편의시설에 대해 꼼꼼히 잘 챙긴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