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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웃고, 롯데·포스코 아쉬워했다…재계 희비 가른 '수퍼위크'

중앙일보

2025.11.02 00:27 2025.11.02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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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오른쪽부터 시계방향)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깐부 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치맥(치킨과 맥주) 회동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과 관세 협상, 한·중 정상회담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치킨집에서 만난 ‘깐부(친구라는 뜻의 속어) 회동’까지…. 지난주는 국내 산업계도 희비가 엇갈린 ‘수퍼 위크’였다.

국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 하이라이트는 지난달 29일 한·미 관세 협상의 최종 타결이었다. 양국이 상호 관세 15%를 유지하고,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의 대미 수출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권영대 EY한영 산업연구원장은 협상에 대해 “수출 리스크(위험)를 부분적으로 완화하고, 통상 협상을 통해 안보 협력을 끌어내고, 산업 정책과 통상 정책의 연계를 강화할 수 있었다”면서도 “‘관세 리스크 종료’로 받아들이기보다 향후 미국의 정책 전환 여부, 경쟁국의 대응, 타결하지 않은 산업 분야에 대한 후속 협상 결과를 모니터링하며 대미 수출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막판까지 관세 인하 여부를 두고 긴장한 현대차는 관세 협상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정의선 회장이 협상 직후 “국가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고, 신세를 꼭 갚겠다”고 할 정도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차그룹의 관세 비용이 관세율 25%일 때 8조4000억 원, 15%로 내릴 경우 5조 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협상 최종 타결에 따라 관세 부담이 연간 3조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다 정 회장과 젠슨 황 CEO와 깜짝 회동 이후 엔비디아와 피지컬 AI(물리적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 협력 발표까지 이끌어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관세 리스크 탓에 소외된 현대차 주가는 지난달 31일 전 거래일 대비 9.43%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현대차뿐 아니라 ‘철수설’에 시달리던 한국GM은 물론 자동차 부품 업계도 안도했다.

한국 정부가 주요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발표한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업계도 긍정적이다. 엔비디아와 AI 반도체 협력을 이끌어내 14조원 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정부 5만장, 기업 21만장)을 ‘입도선매’한 것도 수퍼위크 성과다. 다만 반도체는 미·중 갈등 사이 수출 통제 리스크가 여전하다.

반면 기존 관세 50%를 그대로 유지한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 업계는 ‘보릿고개’가 지속할 전망이다. 철강은 수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달한다. 철강사뿐 아니라 가전·기계류 등 철강 파생 상품까지 관세를 적용해 타격이 크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다른 국가도 50% 관세를 적용받지만, 경쟁국인 일본은 US스틸을 갖고 있어 사정이 다르다”며 “미국으로 철강 수출이 당분간 어려운 만큼 정부가 다른 방식의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조치)’ 해제를 기대했지만, 결국 풀지 못했다. 롯데·신세계 등 쇼핑·면세점 업계,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등 항공·관광 업계,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K-뷰티 업계가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미·중과 글로벌 각국 정상은 물론 글로벌 기업과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키 플레이어’로 역할 했다. 민·관이 ‘원 팀’으로서 보호무역 시대를 헤쳐나갈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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