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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자격증? 이 기술이 최고" 前경찰서장이 찾은 알짜 직업

중앙일보

2025.11.11 12:00 2025.12.2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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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부경찰서가 맡은 사건 중 종결되지 않은 각종 사건 관계 서류들이 보문산 기슭 흙더미 속에서 무더기로 발견돼 큰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1990년 10월, MBC 뉴스데스크 백지연 앵커의 목소리가 내 귓등을 때렸다. 그 순간 내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쿵쾅거렸다. 당시 33살이던 나는 대전 서부경찰서 소속 수사과장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 방송국 메인 뉴스에 우리 경찰서가 언급된 걸까.

" 사무감사를 앞두고 있던 때예요. 한 직원이 자기가 감당 못 할 서류 800건을 산에다 파묻어 버리고 도망간 거예요. 그 직원은 3일 만에 구속됐는데 그 일로 서부경찰서장이 직위 해제되더라고요. 저는 징계는 피했지만 조치원 경찰서로 전보를 갔고요. "

이 사건은 내게 공포로 각인됐다. 경찰은 정년이 보장된 안정된 공무원이라 여겼는데, 지휘 감독 체계에 따라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일로도 옷을 벗을 수 있다니…. 마치 내가 당장 해고된 것처럼 아찔했다.
 정기룡 전 대전경찰서장이 지난달 대전시의 자택에서 현직 때 입던 경찰복 차림으로 경례를 해보이고 있다.김성태 객원기자

" 아내도 걱정을 하면서 ‘행여 당신도 중징계 먹으면 퇴직해서 다른 일 알아봅시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퇴직 준비를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다행히 그때는 별일 없이 지나갔지만 ‘퇴직이라는 게 느닷없이 닥칠 수 있다. 정말 무섭다’는 공포를 선연하게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

이때부터 나는 소위 ‘공포의 퇴직 준비’에 돌입했다. 출근 전, 퇴근 이후의 여유 시간은 모조리 자기계발에 쏟아부었다. 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시작으로 제과·제빵 기능사, 사회복지사, 리더십 스피치 강사에 이어 노래 강사 자격증까지 땄다.

이뿐이 아니다. 새벽부터 떡집에 가서 떡 기술을, 유명 두부집을 찾아가 손두부 만드는 법을 배웠다. 공인노무사 자격증을 따려고 주말마다 서울 신림동 학원에 새벽 기차를 타고 다녔다.

내 벌이는 생활비를 제외하고 온통 ‘퇴직 후’ 공포 퇴치에 쏟아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정말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신다”고 추어올리지만, 난 늘상 “절대 나처럼 살지 마라”고 외친다.

정기룡 전 대전경찰서장은 "어떻게 은퇴 후를 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절대로 나처럼 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김성태 객원기자

" 돈·시간·노력을 어마어마하게 썼어요. 그런데 반전이 뭔지 아세요? 이렇게 고생해 배운 게 퇴직 후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더라 이겁니다. "

2012년, 55세에 계급 정년(총경으로 11년 근무한 뒤 승진 못 하면 퇴직하는 제도)으로 경찰복을 벗은 지 벌써 13년이 지났다. 공포에 휩싸여 퇴직 후를 준비하던 당시의 정기룡(68)은 몰랐던 진짜 ‘은퇴 기술’이 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토록 가열차게 땄던 자격증들도 이제 옥석이 가려진다. 지금도 진행 중인 ‘인생 3막’의 준비 스토리, ‘은퇴 공포’를 몰아낼 수 있었던 진짜 특별한 경험담까지 들려드리겠다.

빵·떡·두부… 다 배워보고 깨달은 자영업의 진실
" “서장님, 빵집이나 떡집 중에 아무거나 하나 하시면 후배들이 행사 때마다 거기서 대다 먹을 거 아녜요. 매상이야 보장된 거죠. 아무 걱정 마세요. ” "
경찰서장 시절, 퇴직을 걱정하던 나에게 후배들이 던진 말만 믿었다. 그건 최악의 착각이었다. 퇴직하면 모든 인맥이 정리된다는 걸 미처 몰랐다. 빵·떡·두부까지 온갖 기술을 배웠지만 현장에선 냉혹한 자영업의 실상만 목격했다.

사실 박사도 준비했다. 경찰 경력과 더불어 행정학 박사 학위가 있으면 퇴직 후에 교수로 강단에 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 학기 등록금을 500만원씩 내면서도 마음 한쪽이 든든했다. 이 또한 어마어마한 착각이었다. 교수가 되기 위해 시간강사 하면서 경쟁력을 쌓고 자신의 연구 주제에 파고드는 젊은 인재 풀이 얼마나 많은가.

노래 강사 교육도 받고, 공인노무사 시험도 준비했지만 모두 포기해야 했다. 좌충우돌 끝에 그래도 퇴직 후 소득으로 이어진 딱 하나의 직업을 찾았다. 우연히 맺어진 김창옥 강사와의 인연으로 스피치 실력을 키웠고, 2년의 시간을 들여 리더십 스피치 강사 자격증을 땄다.

실제로 퇴직 후 나는 인기 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전국을 다니면서 강의 한 번에 70만~100만원씩 받았다. 강연료로만 월 1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렸을 정도다.

(계속)

그런데 신기하게 65세를 기점으로 강연 의뢰가 확 줄었다. 이전엔 ‘공무원 연수’ 등에서 직무 교육에 불려 다녔는데, 지금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 같은 노인 대상 강연으로 바뀌었다. “이 시장도 ‘나이 든 강사’는 반기지 않는구나. 사회적 사망이 이런 거구나” 절망한 그때, 나이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기를 찾았다.

65세가 넘으면 경찰서장이라는 경력도, 박사라는 학위도 다 쓸모없다는 그가 찾은 비장의 기술은 뭘까.

“나처럼만 하지 마라.” 정기룡씨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퇴직 조언,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박사? 자격증? 이 기술이 최고” 前경찰서장이 찾은 알짜 직업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0637

박형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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