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뒤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에게 "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 순찰하라"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 백대현) 심리로 14일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8차 공판에서 이모 전 경호부장은 윤 전 대통령이 공수처의 2차 체포 시도 전인 1월 11일 경호처 부장급 간부들과 점심을 먹으며 이같이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이 전 부장이 카카오톡 메신저 '나에게 보내기' 기능을 이용해 기록해 둔 오찬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메모에는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가 나의 정치적 문제로 고생이 많다. 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순찰하고 언론에도 잡혀도 문제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헬기를 띄운다. 여기는 미사일도 있었다. 들어오면 위협 사격하고 ?를 부숴버려라"라는 내용도 쓰여 있었다.
특검 측이 '?' 부분의 '부숴버려라' 대상이 뭐냐고 묻자, 이 전 부장은 "공수처와…"라고 답했다. 이어 "공수처와 경찰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에 쓴 표현"이라고 했다. "언론에 잡혀도 문제 없다"는 발언에 대해서 그는 "무장한 채로 총기를 노출하는 것도 괜찮다는 의미로 저 말씀을 하신 거로 기억한다"고 부연했다.
체포영장 집행 저지는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메모에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체포하면 어디에 가두나. 관련 뉴스는 다 거짓말이다. 내가 검사로서 수사 및 체포로 밥 먹고 살았는데 하려면 그렇게 하겠는가" 라고 말했다고 적혀 있었다. "설 연휴가 지나면 괜찮아진다"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경고용이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메모에는 참석자 명단과 식사 메뉴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 전 부장은 대화 내용을 기록한 이유에 대해 "오찬 참석 뒤 오찬으로 인해 제 공직 생활이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끝나자마자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로 기억내는 대로 기록을 해놨다"고 했다. 그는 "경호본부원으로 25년째 재직하면서 저도 여러가지 가치관이 있다"며 "몇 가지 사항들은 문제가 될 수 있고, 향후 이런 자리에 내가 불려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기록해서 남길 수 있는 것은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형사 입건되면 수사를 받아야 하고, 변호인도 선임을 해야 하고, 여러 문제가 있으니 겁이 나서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건 아닌가"라고 묻자 이씨는 "가정이지만 만일 대통령이 옳았고 내란이 아니라고 판정된다면 제가 이런 의견을 가진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또 받을 것" 이라며 "양심에 따라 한 행동"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