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개장한 이후 루머의 중심에 있었다. FA 최대어 유격수 박찬호(30)를 영입할 것이라는 루머가 짙었다. 현장에서 박찬호를 원했고 또 구단도 그에 화답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 실제로 롯데는 최근 유격수 포지션에서 고민이 컸다. 2022시즌이 끝나고 FA 유격수 자원으로 노진혁을 4년 50억원에 영입했지만 전임 수뇌부의 판단 착오였다.
지난해는 두산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전민재를 중심으로 유격수 자리를 재편하는 듯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전민재 외에도 이호준 한태양 등 젊은 유격수 자원들이 등장하고 이따금씩 활약을 해주며 가능성을 비췄지만 경쟁력은 다소 부족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롯데가 유격수 박찬호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니냐는 루머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올해 FA 시장에 참전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캠프에 참가하며 2026년의 희망을 키우는 선수들에게는 의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야수 이호준(21)은 박찬호가 영입될 경우 직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호준은 지옥의 마무리캠프를 겪으면서 FA 영입에 대한 얘기를 들어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소문을 듣고 기사를 보기도 했지만 깊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저는 지금 내일만 보고 사는 사람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혹독한 훈련으로 삶이 단순해졌다는 것. 야구만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호준은 올해 2년차 시즌, 99경기 타율 2할4푼2리(132타수 32안타) 3홈런 23타점 20득점 OPS .751의 성적을 기록했다. 주전 유격수 전민재가 부상으로 빠진 시점에서 쏠쏠하게 공백을 채웠고 172cm, 172kg의 작은 체구에 걸맞지 않은 펀치력도 과시했다. 7월 9일 사직 두산전에서는 연장 11회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은 현재 팀 내 유격수 자원 가운데 이호준의 수비력을 가장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강단도 있고 배포도 있다”라면서 강단 있는 모습도 눈여겨 봤다. 그런 이호준도 이제 내년이면 3년차 시즌. 이호준도 좀 더 보여줘야 할 시기다. 올 시즌을 되돌아본 이호준은 “체력 관리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1군이 정말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면서도 “올해 많은 관중들 앞에서 잘하는 경기가 나오는 게 쉽지 않은데, 고등학교 3년 내내 하나 쳤던 홈런을 올해 3개나 쳐서 나 자신에게 놀랐다. 그리고 올해 그만큼 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던 게 좋았다. 타격도 수싸움을 배우는 등 1군에 있으면서 배우는 것이 많아서 실력이 늘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점이었던 수비에 대해서는 “아쉬운 경기가 많았고 집중해도 또 마음대로 안됐던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어서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도 많았다. 실수의 리스크가 커졌던 상황들도 있었다. 그래서 아쉬웠다”고 부연했다.
체력적인 부침과 수비적인 아쉬움을 잊기 위해 지옥의 마무리훈련을 이겨내고 있다. 그는 “그냥 정신없이 공만 잡으려는 것 같다”며 “지금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혹사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마무리훈련에 왔다. 기술적인 디테일보다는 잡고 던지고 치고 등 기본적인 것들을 중점으로 몸을 고생시킨다고 생각하며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내년을 위해서 체력이나 수비, 타격 등 내가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여기서 최선을 다해서 느끼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이호준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팬들의 관심을 받는 선수가 되려고 한다. 그는 “내년에는 공수주 모두 올해보다 훨씬 좋았으면 좋겠고 더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