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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연설·APEC에 G20까지…'李 외교성과' 지우는 與, 왜

중앙일보

2025.11.28 12:00 2025.11.2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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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오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아프리카와 중동 등 4개국 순방을 위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화하며 공군1호기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 무대에 나설 때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 때리기’ 강공으로 국민의 시선을 돌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전체의 지지율 견인에 도움이 되는 외교 성과를 가리는 정쟁에 여당이 앞장서는 일은 정치권에서 흔치 않은 풍경이다.

이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 17일부터 7박 10일간 중동·아프리카 순방을 떠나 있던 사이 민주당은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내란전담재판부를 다시 끌어올렸다. 강성 지지층 요구가 거세지자 정청래 대표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영장이 연이어 기각되고 있어 당원들 분노가 많다”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있어 당·정·대 간 조율하고 있고, 머지않은 기간에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대통령의 귀국 당일인 지난 26일 오전 최고위에서 재차 “내란전담재판부 포함 대법관 수 증원, 재판소원, 법왜곡죄 등 사법 개혁안을 연내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 동안 당 지도부 곳곳에선 “대통령이 귀국하면 차질 없이 처리하겠다”(24일 김병기 원내대표), “무엇보다 당·정·대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대통령께서 돌아오시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한다”(23일 전현희 최고위원) 등 대통령실을 끌어들이는 관련 발언들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작 26일 귀국 직후 이 대통령의 첫 지시는 사법부에 힘을 싣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 대통령은 “변호사들의 사법부 모독과 검사들의 집단 퇴정에 대해 수사와 감찰을 진행하라”고 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의 법정 소란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위증 혐의 재판에서 발생한 검사들의 집단 퇴정을 각각 겨냥한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 두 사건을 모두 ‘사법부 모독’이라고 규정하면서 “법관과 사법부의 독립과 존중은 삼권분립과 민주주의 헌정질서의 토대이자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민주당이 사법부와의 전선을 한껏 벌리고 있던 상황에서 결이 다른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오자 정치권에선 “한국을 떠나 있는 사이 내란전담재판부 논의에 당이 대통령실을 무턱대고 끌어들인 것에 대한 못마땅함이 내심 드러난 것 아니겠느냐”(민주당 관계자)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애초에 내란전담재판부 등 사법부 이슈는 당·정·대가 협의할 사안도 아니고, 대통령실에 하등 도움이 될 게 없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자기 정치를 하려고 상의도 없이 대통령실을 앞세우면 안 된다”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여당의 강경한 이슈 몰이 탓에 이번 순방이 지지율 상승에 별다른 효과를 주지 못했다는 점도 이런 불만을 뒷받침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4∼26일 전화면접방식으로 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선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순방 직전 진행된 직전 조사(2주 전)보다 3%포인트 하락한 58%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율도 동반하락해 3%포인트가 빠진 39%를 기록했다. 지난 25~27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이 대통령 긍정 평가는 일주일 전과 동일한 60%였고, 민주당은 1%포인트 하락한 42%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공교롭게도 여당이 강경해지는 일은 이 대통령이 외교에 집중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황리에 마친 직후인 지난 2일 민주당 지도부는 돌연 “이달 내 재판중지법 처리 가능성”(박수현 수석대변인)을 공표하고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은 하루 뒤인 3일 “당의 사법 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더 이상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않고, 우리가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이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이 대통령이 첫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3박 5일간 미국으로 출국한 당일인 지난 9월 22일에도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에 관한 청문회 개최 의결을 강행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도 우려가 커졌지만, 정작 정청래 대표는 다음 날인 23일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퇴장 명령을 한 추미애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결국 지난달 14일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라디오에서 이 사건을 직접 거론하며 “대통령님께서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소위 ‘END 이니셔티브’라는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을 전 세계를 향해서 발신하시고, 그것이 어떤 뜻인지 우리 국민과 공직사회에 제대로 설명이 돼야 하는 일을 국회, 특히 당이 해야 할 그런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법사위 청문회가 결정되면서 막 난리가 나서 정작 대통령의 말씀은 잘 전해지지 않았던 것은 당이 큰 잘못을 한 것”이라고 사과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익명을 원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외교 무대는 대통령 독상이고, 지지율을 견인할 호재인데 때마다 당에서 정쟁으로 초점을 흐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미 대통령실에서도 당에 이런 유감을 누차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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