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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화영 재판 검사 집단퇴정, 결정타는 "法 소송지휘 부당"

중앙일보

2025.11.28 14:00 2025.11.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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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운데)가 지난달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왼쪽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 임현동 기자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연어 술파티’ 위증과 대선 경선 쪼개기 후원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를 기피 신청한 배경엔 ‘검찰 측 증인 불채택’ 문제만 있는 게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검사들은 닷새 동안 이어지는 국민참여재판 일정과 변론종결 없이 쟁점 별로 배심원 평의를 하게 한 법원의 소송 지휘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대검찰청에 피력한 뒤 기피 신청에 나섰다.

수원지검은 지난 27일 수원지법에 이 전 부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사건 재판부인 형사11부(부장 송병훈)에 대한 기피 신청 사유서를 제출했다. 지법 형사11부 전담 공판검사 등 지난 25일 9차 공판준비기일 법정에 출석한 검사 4명이 재판부 기피 의견을 밝히고 퇴정한 지 이틀 만이다. 준비기일 당시 검사들은 퇴정 전 재판부에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법정을 나섰고, 재판부는 “검찰에 불공정했다고 판단되면 국민참여재판 여부는 다른 재판부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추후 기피 신청에 대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검찰은 재판부가 예정한 국민참여재판 일정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다음 달 15~19일 닷새를 이 전 부지사 사건의 국민참여재판 기일로 지정했다. 배심원 후보자 250명 소환도 최근 이뤄졌다. 재판은 검찰과 피고인 측이 하루에 한 쟁점씩 변론하고, 해당 쟁점을 놓고 배심원들이 당일 평의를 하기로 정했다.

닷새 간 다룰 변론 쟁점 순서는 ▶1일 차 공소권 남용 ▶2일 차 국회 위증 ▶3일 차 정치자금법 위반 ▶4일 차 직권남용,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5일 차 종합 순이다. 재판부는 매 기일 쟁점 별로 법정에서 양측 변론이 끝나면, 배심원들이 당일 모여 그날 해당 쟁점에 대해 피고인의 유무죄를 평의하도록 했다.



“첫날 공소권 남용 심리…기소 자체에 부정적 심증 우려”

이에 검찰은 국민참여재판 첫날 공소권 남용을 심리하는 것 자체가 검찰 기소 자체에 부정적 심증을 갖게 할 것으로 우려한다. 또 변론을 종결한 뒤 배심원들이 모여 피고인의 유무죄를 논의하는 평의와 평결, 양형에 관한 토의가 이뤄져야 하는데도 쟁점 별로 변론종결 없이 당일 평의하도록 한 절차 자체가 국민참여재판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해석한다.

재판부가 각 기관에 요청한 소송 서류가 미처 다 도착하기 전에 일정을 강행하는 것도 기피 신청 사유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이 사건 문서송부 촉탁에 회신한 곳은 법무부뿐이다. 서울고검 인권침해TF, 경기남부경찰청의 감찰·수사 서류는 미도착 상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에서 ‘음주’ 장소로 지목한 1313호 영상녹화실. 사진 수원지검

기피 신청의 또 다른 이유는 국민참여재판으로 1심을 하면 항소심에서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가 한정적이라는 대법원 판례다. 해당 판례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제도의 경우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정신을 충분하고도 완벽하게 구현해야 한다. 또 항소심에서의 증거신청 및 증거조사는 1심보다 제한되는데, 신청한 증인을 대거 기각하는 소송 지휘로 인해 기피 신청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기피 사유서 대검에 먼저 보내… 감찰 근거 불명확

한편 지난 25일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고 퇴정한 수원지검 담당 검사들이 사전에 대검찰청 지휘부에 기피 신청을 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피 신청 이유를 기재한 기피 사유서 역시 재판부에 제출하기 전 대검에 보냈다. 대검 반부패부는 기피 사유서를 받고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일선 검찰청과 대검 사이 이뤄진 보고와 협의 등 소통 과정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사들의 법관 기피 신청이 대검 보고까지 이뤄진 만큼 이들에 대한 감찰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나 피고인은 법관의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 기피 신청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애초 기피 신청은 법적 근거가 있는 행위였던 데다 보고 절차까지 지켜졌다면 대통령의 무리한 감찰 지시 논란으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손성배.정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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