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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건 작품 뿐"…故이순재, 영원한 현역의 마지막 불꽃 [핫피플]

OSEN

2025.11.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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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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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장우영 기자] 배우 이순재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먹먹한 울림을 안겼다. 병상에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던 ‘국민 배우’ 이순재, 그가 시대의 큰 어른일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지난 25일, 한국 방송사의 산증인이자 '국민 배우' 이순재가 91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수많은 작품 속에서 우리네 아버지로, 스승으로, 때로는 친근한 할아버지로 울고 웃기던 대배우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MBC 추모 특집 다큐멘터리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가 전파를 탔다.

방송을 통해 최초로 공개된 그의 마지막 모습은 '배우'라는 수식어가 인간 이순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보여줬다. 병마와 싸우는 고통 속에서도 그의 시선은 끝내 카메라와 무대를 향해 있었다.

방송 화면 캡처

방송 화면 캡처


▲ "눈이 안 보이면 읽어달라, 외우겠다"… 실명 위기 속 투혼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린 장면은 지난 5월, 병상에 누워있는 고인의 모습이었다.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환자복을 입고 있었지만, 정신만은 또렷했다. 소속사 이승희 대표가 조심스럽게 "선생님, 뭐 하고 싶은 거 없으세요?"라고 묻자, 그는 힘겨운 목소리로 그러나 단호하게 "하고 싶은 건 작품밖에 더 있어?" 답했다.

이 짧은 한마디는 이순재가 평생을 지켜온 신념을 압축하고 있었다. 이어 이 대표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고인이 생전 마지막 주연작이었던 드라마 촬영 당시, 이미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왼쪽 눈은 이미 안 보이셨고, 오른쪽 눈도 온전치 않으셨다"며 "그런데도 선생님은 '안 보이면 네가 큰 소리로 읽어라. 내가 다 외우겠다'며 대본을 놓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보다 연기를 멈추는 두려움이 더 컸던 천상 배우의 투혼이었다.

방송 화면 캡처

방송 화면 캡처


▲ "이게 내 생명력이야"…마지막까지 놓지 않은 끈

방송에는 고인이 병상에서 제자들의 노래 선물('스승의 은혜')을 듣는 모습도 담겼다. 비록 몸은 침대에 묶여 있었지만, 그는 "연기가 내가 사는 생명력"이라며 "아직도 개발하고 싶고, 욕심이 난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특히 생애 첫 연기대상 수상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그 '무거움'은 단순히 트로피의 무게가 아니라, 70년 연기 인생의 무게와 책임감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이서진은 담담하면서도 떨리는 목소리로 "선생님은 늘 '예술에는 완성이 없다'고 하셨다. 그 미완성을 채우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셨던 것"이라며 고인을 회고했다.

▲ "영원한 거목, 편히 쉬세요"… 온오프라인 추모 물결

방송 직후 포털 사이트와 SNS에는 시청자들의 먹먹한 추모 반응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병상에서 야윈 모습에도 눈빛만은 살아계셔서 더 마음이 아팠다", "눈이 안 보이는데 대본을 외워서 연기하셨다니, 정말 존경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하다", "제목처럼 우리가 선생님께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라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하이킥의 야동순재부터 대발이 아버지까지, 내 인생의 모든 시절에 선생님이 계셨다"며 "이제는 대사 외우는 압박 없이 그저 편안하게 쉬셨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겨 많은 공감을 얻었다. /[email protected]


장우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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