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선 러 돈줄차단 역주행…서유럽선 우크라 지원안 교착
"유럽에 내부 균열"…우크라 지원 대신 국내 돌보란 여론과도 불화
헝가리·벨기에 '나부터 살자'…EU 대러시아 단일대오에 파열음
동유럽선 러 돈줄차단 역주행…서유럽선 우크라 지원안 교착
"유럽에 내부 균열"…우크라 지원 대신 국내 돌보란 여론과도 불화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헝가리와 벨기에 등 일부 유럽연합(EU) 국가가 자국 이익 지키기 차원의 행보에 나서면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유럽이 유지하려고 줄곧 노력해온 단일대오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에너지 거래를 성사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행보는 유럽의 대러제재 공조를 정면으로 약화하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약 4시간에 걸쳐 에너지 공급과 우크라이나 문제 등을 주제로 회담했다.
이 회담 직후 헝가리는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가스를 공급받기로 했다는 공식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유럽은 러시아 전쟁 자금의 핵심 원천인 에너지 수출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큰 고통을 감수하면서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헝가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EU의 공조 전선에서 벗어나 값싼 에너지를 도입 차원에서 러시아산 가스와 원유를 계속 대량 수입해왔는데 향후에도 계속 이 같은 '특별한 거래'를 이어가기로 공식화한 것이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가 국제 시세에 비해 싼 러시아 에너지를 공급받는 덕분에 헝가리 국민이 유럽에서 최저 수준의 에너지 가격을 누리고 있다고 자랑해왔다. 헝가리 외교부에 따르면 헝가리가 올해 들어 러시아에서 수입한 원유는 850만t, 천연가스는 70억㎥에 달한다.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EU 회원국 수장의 러시아 방문 자체가 드문 편이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전 종전 조건을 둘러싸고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이 종전 협상을 둘러싼 민감한 물밑 협의를 활발히 추진 중인 국면이라는 점에서 헝가리의 '대열 이탈'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그(오르반 총리)는 유럽의 공식적 위임도, 우리와 협의도 없이 떠났고, 이는 새로운 것도 없다"며 우회적인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유럽의 대러시아 단일대오를 흔드는 이탈자가 러시아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한 동유럽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유럽에 있는 벨기에는 러시아 동결 자산으로 우크라이나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유럽연합(EU)의 방안을 놓고도 러시아의 보복을 걱정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는 최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제안된 배상금 대출 방안을 성급하게 추진하면 EU가 궁극적인 평화 협상 도달을 사실상 방해하는 '부수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는 역내에 제재로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일부를 활용, 돈줄이 마른 우크라이나에 향후 2년 동안 1천400억 유로(약 233조원)를 무이자 대출하는 이른바 '배상금 대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벨기에의 반발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EU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대부분은 벨기에에 있는 중앙예탁기관(CSD)인 유로클리어에 묶여 있는데 벨기에는 향후 법적 책임을 떠안을 수 있고 러시아의 보복을 살 수 있다며 EU의 설득에도 완강하다.
현재 250억 유로 규모의 러시아 자산이 벨기에 외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 EU 내 다른 은행에도 동결돼 있다. 벨기에는 캐나다, 일본, 영국, 미국 등 EU가 아닌 주요 7개국(G7) 회원국에도 러시아 자산이 동결돼 있다며 이들도 EU가 구상 중인 '배상금 대출' 방안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 재원으로 활용해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조차 대부분의 자산을 보유한 작은 벨기에의 반발에 부딪혔다"며 "유럽은 내부 균열을 겪고 있고, 유럽 정치권은 자금을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자국 내에서 쓰라는 목소리에도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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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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