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전화를 받고 찾아간 곳은 오래됐지만 깨끗한 원룸 건물이었다.
도착하니 오전 8시10분이 지나고 있었다.
30분에 만나기로 했으니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차에서 기다리려는데 웬 할아버지 한 분이 차 유리를 똑똑 두드렸다.
“일찍 오셨네, 나는 아침마다 여기 쓰레기들을 정리해요.”
“안녕하세요. 음….”
말을 흐린 건 내가 통화를 한 의뢰인이 할머니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부부인 걸까.
그냥 일하는 분이면 괜히 말이 오가다가 혹시 알아선 안 될 걸 꺼낼까봐 주저했다.
“우리 할멈이 전화했지, 이리 와요.
우린 여기 꼭대기에 살아.
따뜻한 콩국 한 잔 줄게, 나는 아침에 여기서 이걸 마시거든.”
친절한 양반이었다.
내게 말을 건네는 모양새도 자연스러웠다.
딱히 일을 맡긴 사람이라 베푸는 호의는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그럴 듯한 사람 좋은 노인네였다.
“내가 늘 이 시간에 콩국 챙겨 나와 여기서 마셔.
그러면 그 청년은 늘 8시25분에 출근하거든.
4년 넘게 쭉 봤던 거지.”
무슨 말인가 했더니 갑자기 고인의 이야기를 꺼내는 거였다.
“처음엔 체격도 다부지고 땅땅한 것이 밝고 성실했어.
왜 이렇게 몸이 좋냐 했더니 유도를 했다더라고.
중학교 때부터 했대.
중간에 어깨를 다쳐 그만뒀다더구먼….”
노부부의 건물에 세 살던 청년은 어른들에게 인사성도 밝았다고 한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했단 이야기.
재혼한 어머니는 그 뒤론 못 보고 아버지랑 쭉 살아왔단 이야기.
운동 중 부상으로 대학 진학도 좌절된 청년은 백화점 보안요원 같은 일을 했다고 한다. 체격도 좋고 선수 출신이다 보니 ‘경호일’에 적격일 것 같았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살아야 할 때, 노부부의 이 원룸으로 온 것이었다.
부친마저 여의고 그야말로 이 세상에 외톨이가 된 청년에게 노부부는 살갑게 대했다.
“아까워. 가슴이 미어져.
말이 많진 않았어도 물어보면 곧잘 대답하고 그랬거든.
처음엔 웃기도 하고 그랬는데 점점 어두워지더라고….”
부모도 없이 홀로 내디딘 사회생활은 싸늘했을 게다.
어디 기댈 데도 피할 곳도 없는 벼랑 끝 삶.
“때로는 이 길이 멀게만 보여도 서글픈 마음에 눈물이 흘러도 모든 일이 추억이 될 때까지 우리 두 사람 서로의 쉴 곳이 되어주리.”
책상에서 발견된 MP3 플레이어. 거긴 성시경의 노래 딱 한곡만 담겨 있었다.
“반찬이라도 나눠줄까 싶어서 내려오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조용해서…
몇 번 문을 두드려보다가도
자꾸 그러면 성가실 것도 같아서…”
여든이 넘었다는 할아버지는 연신 아깝다는 말만 이었다.
노인은 지난 4년 하루도 청년을 거르지 않고 지켜봐왔던 정이 있었다.
청년은 백화점 휴무일에만 쉬었고, 노인은 하루도 쉬지 않았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긴말 없더라도 늘 인사를 나눈 사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