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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살해하면 종신형"…이탈리아 멜로니, 직접 나선 이유는

중앙일보

2025.11.29 13:00 2025.11.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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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현지시간) 세계 여성폭력 근절의 날을 맞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여성인권단체 텔레포노 로사(Telefono Rosa)가 주최한 '폭력 금지, 오직 사랑' 행사에서 무용수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여성살해(페미사이드)’를 저지르면 종신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이탈리아에서 여성살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별도의 범죄로 규정하고 더 무겁게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하원은 여성을 살해하면 종신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이날 개정안은 중도우파 여당과 중도좌파 야당의 초당적 지지 속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개정안은 ‘여성에 대한 증오, 차별, 지배, 통제, 억압 행위로서의 살인 또는 여성이 관계를 끊을 때 발생하거나 여성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살인’을 여성살해로 규정했다. 여기에는 스토킹과 연인에 의한 교제 살인도 포함된다. 기존 형법에서 살인죄는 징역 21년 이상에 처하고, 성폭행 등 죄질이 나쁜 경우 최대 종신형까지 가중 처벌했다. 이탈리아는 사형제를 두지 않아 종신형이 가장 무거운 처벌이다.



‘페미사이드’ 정의 어떻게…“이탈리아가 처음”

지난 2023년 12월 5일 이탈리아 파도바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대학생 줄리아 체케틴의 장례식에서 수천명이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AFP=연합뉴스
이탈리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살해 피해자는 총 106명으로 이 중 62건이 연인이 저지른 범죄였다. 특히 지난 2023년 유명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던 2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전 남자친구는 다시 만나자는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인하고 유기했다. 유족 측은 “범인은 괴물이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가 낳은 ‘건실한 아들’이었다”며 범행의 기반엔 사회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살해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발레리아 토레 이탈리아 포자대 법학과 교수는 “여성살해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며 “대부분이 연인에 의한 범죄였기 때문에 범행동기가 성별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올라 디 니콜라 판사는 최근 발생한 여성살해 사건 211건을 조사해 공통적인 특징을 파악한 후 초안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니콜라 판사는 “(여성살해를) 극심한 사랑이나 강한 질투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범죄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이 법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가해자의 진짜 동기, (가부장제의) 권력을 밝혀낸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딥페이크 피해’ 멜로니 총리 나섰다

지난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AP=연합뉴스
실제로 여성살해를 별도로 처벌하는 나라는 드물다. 유럽에선 키프로스, 몰타, 크로아티아가 형법에서 여성살해죄를 명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여성살해 외에도 스토킹과 성착취물 유포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 법안을 직접 발의하고 주도했다. 당초 극우파 의원들은 법안에 반대했지만, 2년간의 논의 끝에 진전을 거뒀다. 표결에 참석한 의원들은 피해 여성들을 기리기 위해 붉은 리본과 재킷을 착용했다.

이탈리아의 첫 여성 총리인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딥페이크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멜로니 총리는 자신의 얼굴을 합성해 딥페이크 음란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부자지간의 40대, 70대 남성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멜로니 총리 측은 “이런 유형의 피해를 본 모든 여성에게 신고하는 것을 두려워 말고 당당히 맞서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소송에 나섰다”고 밝혔다.



장윤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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