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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식당만 붐빈다"…트럼프 '특사 사랑'에 외교관들 한숨

중앙일보

2025.11.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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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위트코프(오른쪽) 미국 중동 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지난 7월 13일 뉴저지 테터보로 공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요즘 미국 국무부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알렉 러셀 외신편집장에 따르면 정답은 ‘구내식당’이다. 그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트럼프 시대, 외교관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최근 워싱턴에서 떠도는 웃지 못할 농담이라며 이를 소개했다.

그는 “국무부 구내식당은 일을 덜 하라는 명령을 받았거나, 상부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의미 있는 일을 하기를 두려워하는 베테랑 외교관들로 가득 차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가자지구 휴전 합의와 우크라이나 종전안 협상을 주도하면서 주요 외교 현안에서 직업 외교관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을 전달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7일 뉴욕의 USTA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 오픈 테니스 대회 마지막 날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공개한 28개 조항의 우크라이나 종전안 초안도 지난달 말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 대표와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등 외교·안보 라인 고위 관계자들은 이 회동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셀은 “미국은 이제 특사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을 특사로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고 했다. 특사들에게 바로 전화를 걸면 되고, 국정 운영의 복잡성을 상기시키는 국무부도 건너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도 “정치인들은 관료들의 본능적인 신중함과 결정보다 토론을 선호하는 경향에 늘 불만을 품어왔다”며 “정치인과 공직자 간의 긴장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국무부를 배제하고 딜메이커들에게 의존한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게 러셀의 지적이다. 합의문의 세부 내용을 다듬는 과정 등에서 노련하고 숙련된 직업 외교관의 역량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미국 외교의 해결사로 불렸던 고(故) 리처드 홀브룩을 예로 들었다. “1990~2000년대 미국 특사로 큰 영향력을 행사한 홀브룩의 힘은 단지 그의 돌파력뿐 아니라 오랜 외교관 생활에서 얻은 통찰력에서 비롯됐다”면서다.

지난 7월 11일 미국 워싱턴 DC의 국무부 건물 밖에 있는 국무부 표지판. 로이터=연합뉴스

대통령의 관심사가 아니라면 주요 외교 사안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 그는 “트럼프 이전 시대에는 차관보들이 문제가 되는 사안을 언제 상부에 보고해서 밀어붙일지 판단할 줄 알았다”고 했다. 러셀은 동맹이 소홀히 다뤄질 가능성도 우려했다. 훗날 미국을 지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동맹국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다. 그는 “변덕스러운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어느 때보다도 세계를 상대로 자국의 입장을 설득해줄 외교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문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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