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2025년 삼성행복대상’ 사회·안전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조승노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팀장(경감) 손을 거친 굵직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들이다.
1999년 경찰에 입직한 조 팀장은 지난 2018년부터 성폭력범죄 수사팀에서 근무했다. 700만 명의 국민청원이 모일 만큼 사회적 공분이 컸던 2020년 박사방 사건 당시, 텔레그램과 공조가 불가능해 경찰은 대화방에 위장 잠입해 증거를 확보했다. 미국 수사기관 HIS와 공조해 주범 조주빈이 성 착취 영상 대가로 받은 가상화폐를 추적했고, 이를 토대로 조주빈 등 95명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 단서를 마련했다.
조 팀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6년 소라넷 사건까지는 범죄가 주로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고 피해자 보호 조치도 미흡했지만,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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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N번방, 목사방 사건 해결
그는 지난 2024년 딥페이크가 범죄에 활용된 서울대 N번방 사건, 지난 1월 234명의 피해자를 낳은 텔레그램 자경단(목사방) 사건도 해결했다. 특히 피의자 김녹완은 N번방 사건들의 수법을 모방해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했다. 경찰은 국내 최초로 텔레그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피해자들의 대화 내용을 프로파일링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방식으로 그를 검거했다.
조 팀장은 “목사 김녹완 검거 후, 경찰임을 밝혔는데도 심리적 지배를 당해 ‘제가 또 뭘 잘못했나요’라며 믿지 못하던 피해자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중학생 때부터 4년간 김녹완에게 일상 보고를 보내며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던 피해자는 “죽으면 목사가 부모에게 내 자료를 보낼까 무서워서 죽지도 못했다”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는 “나도 딸 둘을 둬서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년간 수사가 이어지며 제도적 보완도 이뤄졌다. 2020년부터 디지털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일명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됐고, 성폭력처벌법 개정으로 불법 촬영물의 소지·구입·시청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해졌다.
조 팀장은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왜 사진을 보냈느냐’고 묻는 것도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 항상 조심한다”며 “삭제·차단 조치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성범죄가 무겁게 처벌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이날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시상식을 열고 조 팀장을 비롯해 ▶연구·창의 부문 정영선 조경가 ▶통합·포용 부문 임정택 향기내는 사람들 대표 ▶청소년 부문 정연성·길현·이현서·박찬우·배경인 학생 등 총 8명을 시상했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각 5000만원(청소년 상 각 1000만원)이 수여됐다.